[인터뷰] ‘사라진 밤’ 김강우 “중년에도 섹시한 남자로…뭉클한 멜로영화 하고 싶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7일 06시 57분


김강우는 현재 방영중인 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에 이어 8일 개봉하는 영화 ‘사라진 밤’으로도 관객을 만난다. 계속되는 밤샘 촬영에 피곤이 쌓여가지만 그는 “한땐 지긋지긋하던 연기가 이제는 점점 좋아진다”고 했다. 사진제공|싸이더스
김강우는 현재 방영중인 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에 이어 8일 개봉하는 영화 ‘사라진 밤’으로도 관객을 만난다. 계속되는 밤샘 촬영에 피곤이 쌓여가지만 그는 “한땐 지긋지긋하던 연기가 이제는 점점 좋아진다”고 했다. 사진제공|싸이더스
■ 영화 ‘사라진 밤’으로 돌아온 김강우

“일과 가정 조화…김희애 선배가 나의 뮤즈
외로운 길 걷는 동서 기성용에 큰 존경심
‘데릴남편 오작두’? 자연인 캐릭터에 끌려”


배우 김강우(40)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밤샘촬영의 여파다. 최근 시작한 드라마 촬영 일정이 빡빡한 탓인 듯했다. 보름간 제대로 못 잤다는 말이 돌아왔다.

마침 영화 개봉까지 겹쳤다. 8일 공개되는 ‘사라진 밤’(제작 싸이더스)이다. 3년 동안 드라마에 집중해온 그가 2015년 ‘간신’ 이후 스크린으로 다시 나서는 작품. 김강우는 “한땐 연기가 지긋지긋했지만 이제는 점점 연기가 좋아진다”고 했다. 말수가 부쩍 늘었고, 자신의 고민과 가족의 이야기를 꺼낼 때도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이다.

영화 ‘사라진 밤’에서의 김강우(왼쪽)와 김희애.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사라진 밤’에서의 김강우(왼쪽)와 김희애.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 “‘사라진 밤’, 공포영화라는 오해는 금물”


김강우는 ‘사라진 밤’을 통해 그간 주로 연기한 단정한 인물과는 전혀 다른 개성을 드러낸다. 연상의 아내(김희애)에 콤플렉스를 가진 남편이자, 그녀를 죽인 범인이다. 자신을 쫓는 형사(김상경)의 추적을 피해 사라진 아내의 시체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시나리오를 받고 조금 의아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이다보니 과연 가능한 표현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김강우는 상대역인 김희애와 김상경에 갖는 믿음, 연출자인 이창희 감독을 향한 신뢰로 ‘사라진 밤’에 나섰다. “철저히 계산된 연기를 해야 했다”는 그는 “공개된 포스터나 홍보문구를 보고 무서운 영화로 오해하는데, 긴장을 주는 서스펜스 장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영화에서 대적하는 김상경은 실제론 김강우의 중앙대 연극학과 5기수 선배이다. “당시 고참들과 다르게 김상경 선배는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특전사 출신답게 몸도 좋아서 인기도 많았다. 같이 연기한 경험은 홍상수 감독 영화 ‘하하하’ 한 편 뿐이다. 언젠가 같이 작품을 한다면 김상경 선배가 형사를 맡은 영화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이뤄졌다.”

아내 역의 김희애와는 실제로도 열 살 이상 차이가 난다. 부부라는 설정이 낯설지만 김강우는 함께 연기하며 김희애로부터 “적지 않은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선배님은 나의 뮤즈였다. 이 말을 계속 하니까 선배님이 내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너는 녹음기니? 누르면 뮤즈라는 말이 나오게’라고 하더라. 그만 좀 하라고.(웃음) 뮤즈라는 말이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외향에 국한된 게 아니다. 두 아들을 잘 키우면서 가정을 지키고 배우로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의 삶 전체가 나에겐 뮤즈이다.”

영화 ‘사라진 밤’의 김강우. 사진제공|싸이더스
영화 ‘사라진 밤’의 김강우. 사진제공|싸이더스

● 아빠 그리고 남편

김강우는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첫째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둘째는 여섯 살.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한 그는 일과 가정, 어느 것 하나 소홀하고 싶지 않은 책임감 강한 ‘배우 아빠’의 모습을 보인다. “나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남자이지만, 배우가 직업인 아빠이고, 남편이다. 배우가 내 삶의 전부일 수는 없다. 일과 가정, 두 가지 조합을 슬기롭게 해나가려 한다. 가족의 모든 생활 패턴이 나에게 맞춰질 수밖에 없어서 늘 미안하다.”

촬영이 없을 땐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한다. 최근 몇 년간 극장에서 본 영화는 대부분 자녀를 동반한 애니메이션이다. 아이들과 아빠의 직업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본 적은 없지만 자녀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집에서 역할 놀이를 하면, 내가 어렸을 땐 으레 ‘아빠 회사 다녀올게’라고 말했는데 우리 아이들은 ‘아빠 촬영간다’라고 말한다. 하하! 다 아는 거지.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을 가장 평범하게 키우는 거다.”

그런 김강우는 “일부러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아이들과 다니고, 꾸미지 않은 채로 거침없이 생활한다”고 했다. 연기자로 살아온 지 17년째에 접어든 베테랑으로서 터득한 생활방식이다.

때때로 김강우는 “배우라는 직업이 운동선수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한다. “연기하지 않을 땐 체력 비축이 중요해서 동계훈련처럼 몸을 단련한다”면서 “직업은 배우여도 사실 운동선수처럼 살고 있다”고 웃었다.

가족 중에 유명한 스포츠 스타도 있다. 처제인 연기자 한혜진의 남편, 축구선수 기성용이다. 동서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그는 반색했다. “존경한다. 얼마나 외로운 직업인지 잘 안다. 계속 선택 받고 평가받아야 하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동서로부터 나도 영향을 받는다.”

영화 ‘사라진 밤’의 김강우. 사진제공|싸이더스
영화 ‘사라진 밤’의 김강우. 사진제공|싸이더스

● “50대 때도 섹시하고 싶다”

무난하게 연기활동을 해오는 것처럼 보여도 김강우에게 ‘고비’는 있었다. 2년 전, 두 달 반의 시간을 쏟아 연극 ‘햄릿 더 플레이’ 무대에 오른 이유도 내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배우란 직업의 연속성이 있을까, 고민이 컸다. 결국 처음 마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연극을 했다. 너무 힘들어서 몸무게도 많이 줄었지만 끝나고 난 뒤 배우라는 직업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알았다.”

그 뒤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고 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을 걱정하기보다 하나의 상황이 벌어져도 “좀 더 길게, 10년 정도의 단위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3일 시작한 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는 출발부터 반응이 상당하다.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산골에 묻혀 살아가는 오작두를 연기하는 김강우를 향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역할에 이상하게 끌리더라. 요즘 사람들이 점점 자연으로 나아가지 않나. 그런 정서가 좋았다. 오작두는 이상하게 보이지만 사실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다. 그걸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정말 궁금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40대 중반이 되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같은 멜로영화를 해보고 싶다. 누가 투자를 해줄지 잘 모르겠지만.(웃음) 나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삶이 좋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삶을 지켜가면서 40대, 50대가 되어서도 섹시한 매력을 가져가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m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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