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스피드 경영’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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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매출 1조7587억 사상 최대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매출 1조7587억 원, 영업이익 585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의 아메바식 스피드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 78% 수직 상승했다.

김 대표는 2016년 4월 게임 개발 조직 내에 ‘시드(Seed)’와 ‘캠프(Camp)’라는 생소한 이름의 독립 조직을 신설했다. 각각의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시더와 캡틴이라고 부른다. 이들에게 예산 집행권한을 줘 게임 개발을 주도하도록 했다. 개발 일정을 짜고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의사 결정 모두 그들의 몫이다. 일부 캠프는 구성원만 100명(총 직원은 3200여 명)이 넘을 정도로 크다. 시드는 게임 개발 초기 프로젝트 성격을 갖고 있으며 개발 진척도에 따라 캠프로 승격된다.

주목할 점은 최고경영자(CEO)인 김 대표가 캡틴과 독대를 통해 현안을 직접 보고받고 의사 결정을 했다는 점이다. 그전까지는 개발 담당 임원을 거쳐야만 하는 등 의사 결정 과정이 다소 복잡했다.

조직 개편 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레드나이츠라는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다. 이 게임을 만든 조직은 시드와 캠프를 거쳤다. 2016년 12월 출시 당일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조직 개편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줬다.

이 회사의 최대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리니지M도 2015년 상반기(1∼6월) PC온라인 리니지 개발실로 시작했다가 조직 개편 후 리니지 캠프라는 이름으로 변경돼 심민규 캡틴의 주도하에 개발이 진행됐다. 2017년 6월 출시된 이래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리니지M을 비롯한 모바일게임 매출만 9953억 원에 달한다.

엔씨소프트가 조직 개편을 단행한 이유는 급변하는 게임 산업의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모바일 시대에는 플랫폼 구분 없이 게임의 업데이트 주기가 짧아졌고 신속한 게임 출시가 중요하다. 이른바 조직을 잘게 쪼갠 뒤 해당 조직의 리더들에게 권한을 대거 부여해 조직 전체의 채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영기법 ‘아메바 경영’을 엔씨소프트식 ‘스피드 경영’으로 해석한 셈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조직 개편 후 의사 결정이 빨라져 업무 효율성이 제고된 점이 지난해 좋은 성적을 만들어낸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스피드 경영을 위한 엔씨소프트의 조직 개편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5월 부장, 차장 등 직급을 폐지하고 사내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올해 1월에는 업계 최초로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엔씨소프트#매출#스피드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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