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방에서 감자 먹으며’… 조상들의 겨울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립민속박물관 평창올림픽 기념전

관람객이 통과하면 눈길 발자국 이미지와 개 짖는 소리가 동시에 재현되는 전시공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관람객이 통과하면 눈길 발자국 이미지와 개 짖는 소리가 동시에 재현되는 전시공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메미일묵∼ 차압쌀 떠억∼.”

멀리서 메밀묵 장수의 구성진 목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이 밟히면서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귀에 젖어오고 발자국이 점점이 새겨진다. 온돌방 아랫목에 몸을 묻고 싶은 새하얀 겨울이다.

12일 관람한 국립민속박물관 ‘겨울나기’ 특별전은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전시로 추억 속 겨울 풍경을 소환한다. 전시장 옆 좁은 통로를 지나는 순간, 프로젝터와 연결된 센서가 감지해 겨울밤의 소리와 이미지를 재현한다. 신발을 벗고 온돌방을 구현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닥의 따뜻한 온기도 느낄 수 있다. 관람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전통시대를 거쳐 1980년대까지 이 땅에서 겨울을 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겨우내 김치를 보관한 김장독과 감자를 주식으로 하던 강원도에서 사용한 감자독 실물을 전시했다.

농한기인 겨울을 맞아 다양한 놀이와 취미를 즐기던 조상들의 자취도 담았다. 빙판을 뚫고 낚시할 때 사용한 견짓채와 물치개를 비롯해 겨울사냥 도구인 설피와 둥구니 신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손때 묻은 나무썰매와 연, 팽이를 보노라면 어린시절 기억들이 속속 떠오른다. 지금은 유물이 돼 버린 연탄집게와 연탄난로도 수집 전시했다. 꽁꽁 언 빙판 위로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풍경을 찍은 1950, 60년대 한강 사진도 이채롭다. 내년 3월 5일까지.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조상들의 겨울나기#국립민속박물관#평창올림픽 기념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