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학교기금, 한진해운 투자 전모 드러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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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투자관리지침 안 지켜 손실”… 최순자 총장 중징계 재심의 신청 기각
12월초 재단이사회서 징계 수위 결정

학교기금 약 130억 원을 한진해운 채권에 투자해 손실을 본 인하대가 교육부 감사에서 자체 투자관리지침 등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학교기금 약 130억 원을 한진해운 채권에 투자해 손실을 본 인하대가 교육부 감사에서 자체 투자관리지침 등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하대가 학교발전기금을 한진해운 채권에 투자할 때 자체 투자관리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인하대 학교기금 한진해운 채권투자 실패와 관련해 최순자 총장과 일부 직원이 낸 ‘중징계 처분 재심의 신청’을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인하대는 2012년과 2015년 학교기금 약 130억 원으로 한진해운 공모 사채를 매입했지만 법원이 올 2월 한진해운 파산을 선고해 휴지조각이 됐다.

그동안 최 총장 등은 “개정된 투자적격등급 투자관리지침에 따라 한진해운 채권을 사들였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심의 결과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빙자료(녹취 및 회의록 등)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인하대는 2012년 6월 14일 학교기금 투자를 위한 ‘인하대 투자관리지침서’를 만들었다. 이후 2014년 7월 투자관리지침을 개정해 채권투자 가능 신용등급을 ‘A―’ 이상에서 ‘BBB― 이상’으로 낮췄다. 2015년 2월 취임한 최 총장은 그해 6, 7월 한진해운 채권(당시 등급 BBB―)을 78억6000만 원어치 사들였지만 손실을 봤다. 교육부가 이 책임을 물어 중징계 처분을 내리자 최 총장은 재심의 신청을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날 “위험관리 대상이 되는 채권은 매도할 수 있는지와 상관없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수익률을 보고한 뒤 보유 여부를 심의, 의결해야 하지만 인하대는 이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하대가 사들인 뒤 한진해운 채권은 매입원가 대비 5% 이상 19차례 하락했다. 또 채권이 30% 이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일 때 적극 매도를 추진했다는 학교 측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빙자료도 없었다.

교육부는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이 아니고 채권 투자에 관여할 권한이 없어 귀책사유가 없다”는 최 총장 측 주장도 “이유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 심의 결과를 통보받은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은 다음달 5일 재단이사회에서 징계위원회를 구성한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인하대 교직원과 학생들은 2월 “한진해운 채권 매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투자 실패와 관련한 실태조사를 교육부에 요구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도 4월 인하대 재단이사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 총장, 전·현직 사무처장을 배임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인하대 교수회는 22일 긴급 대의원 회의를 열어 최 총장 파면을 촉구하는 단체행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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