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12일 한반도 인근 동해상의 한국작전구역(KTO)에 모두 진입했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대비를 위해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이지스함 2척과 호위함 4척 등이 참가한다. 앞서 11일 오전부터 로널드 레이건함과 니미츠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등 3척의 항모는 일본 작전구역에서 미일 연합훈련을 실시한 뒤 KTO에 순차적으로 들어왔다.
KTO는 한미연합사령관이 군사작전을 위해 한반도 주변의 바다와 상공에 선포하는 구역이다. 영해는 물론이고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과 일부 공해도 포함된다. 미 항모 3척의 공동훈련은 2007년 괌 인근 태평양 해역에서 실시한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훈련의 주요 목적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억지였다. 한국 해군이 미 항모 3척과 연합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미 항모 3척에 실린 F-18 E/F 슈퍼호닛 등 최신예 전투기만 240여 대나 된다. 북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미사일을 실은 이지스함 10여 척과 크루즈 미사일을 장착한 핵추진공격잠수함 2, 3척도 항모를 호위한다. 군 관계자는 “2, 3개 중소국가의 해·공군력이 총동원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3개 항모전단의 경제적 가치는 45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또 이번에 한반도에 집결한 양국 해군 전력은 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한미 해군은 항모 호송작전과 항공(대공방어)사격, 전투기 이착함 훈련을 실전처럼 고강도로 진행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항모 3척의 한반도 전진배치는 북한 김정은에 대한 ‘일회성 무력시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한(對韓) 확장억제력 강화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 군 소식통은 “B-1B 전략폭격기의 잦은 출격에 이어 미 항모전력의 순환배치 확대가 본격화되는 계기”라고 말했다.
동해에 집결한 항모 3척 가운데 로널드 레이건(미 7함대)을 제외한 2척의 항모는 미 3함대 소속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9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사령관은 3함대 항모전력의 한반도 투입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7함대(일본 요코스카·橫須賀)의 로널드 레이건함 외에 3함대 소속 항모전단을 한반도 인근에 보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항모 3척 집결 훈련은 그 후속 조치에 해당된다. 3함대의 항모 전력이 돌아가면서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면 7함대 항모와 함께 사실상 ‘항모 상시 배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군 당국자는 “유사시 24시간 이내 최소 2개 항모전단이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는 제주해군기지 등 주요 항구와 해군기지에 미 항모전단의 대규모 지원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요코스카 기지처럼 미 항모 전력이 수시로 정박하고, 운용 인력(약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해 대북 확장억제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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