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말기환자 아니라도 연명의료 중단 선택 가능해질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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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委 ‘연명의료법’ 수정요청 의결
‘임종기 판정’ 의사 2명 참여에서 호스피스 기관 한해 1명으로 완화

앞으로 말기 판정을 받지 않은 환자도 주치의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를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환자가 중단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시술의 종류가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4가지뿐 아니라 체외막산소공급(에크모)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는 8일 전체회의를 열어 의료 현실이나 법의 기본 취지와 동떨어진 연명의료결정법 내용의 수정을 요청하기로 의결했다. 이 위원회는 호스피스와 연명의료의 시행 계획을 심의하는 기구로, 의료·법조·윤리학계 전문가와 환자단체 대표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내년 2월 4일 전면 시행된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법상으로는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근원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말기’ 환자로 판정받아야 연명의료계획서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엔 이미 환자가 의식을 잃어 스스로 계획서를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위원회는 ‘수개월 내에 임종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의 환자도 계획서를 쓸 수 있어야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다며 법 개정을 권고했다.

또 위원회는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의 대상이 되는 시술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술’로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술이 발달해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신기술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를 심폐소생술 등 4가지로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날 위원회의 최대 쟁점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임종기’를 판정할 때 반드시 의사 2명이 참여하도록 한 현 조항을 완화할지 여부였다.

의료계는 “의사가 1명뿐인 병·의원에선 환자의 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완화를 주장했고, 환자단체는 “민감한 판정이므로 이 조항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위원회는 이미 말기 판정을 받아 전국 호스피스 전문기관 63곳에 머무르는 환자에 한해 의사 1명이 판정할 수 있도록 임종기 판단 절차를 완화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날 의결 내용을 반영한 개정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연명의료법#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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