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티파니 디자이너, 과천과학관 ‘SF축제’ 트로피 빚어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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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트로피 전문가 백한승 작가

금속공예가 백한승 작가가 국립과천과학관 SF축제 수상자들에게 주어질 새 트로피를 보여주고 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금속공예가 백한승 작가가 국립과천과학관 SF축제 수상자들에게 주어질 새 트로피를 보여주고 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국립과천과학관이 개최하는 국내 공상과학(SF) 창작인들의 축제인 ‘SF축제’는 올해부터 달라지는 게 있다. 바로 트로피다. 2010년 처음 개최된 뒤 수상자들은 줄곧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크리스털 트로피를 받았다. 하지만 이 트로피가 올해부터는 예술작품급으로 바뀐다. 금속공예가 백한승 작가(48)가 만든 것으로, 블랙홀을 모티브로 시공간의 변화를 표현했다. 검붉은 빛이 감도는 매끈한 동(銅) 소재의 원뿔대 주위로 노란 빛이 감도는 황동(黃銅) 소재 금속 띠가 너울댄다.

백 작가는 명품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홀로웨어(Hollowware) 팀에서 트로피 제작과 디자인을 12년간 담당했다. 홀로웨어란 속이 빈 금속제품을 일컫는다. 트로피를 비롯해 교황이 사용하는 묵주함, 미국 대통령의 크리스마스 선물상자 등을 제작하는 팀이다. 그는 메이저리그(MLB) 우승 트로피, 미국프로농구(NBA) 우승 트로피, 미식축구 슈퍼볼 우승 트로피, 내스카(국제 자동차 경기대회) 우승컵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그는 단국대 공예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금속공예 석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주립대 금속공예과는 보석, 귀금속 디자인 분야에서 엘리트 코스로 통한다. 백 작가는 “티파니 근무 전에 고가 조명기구를 주로 만드는 금속공예 기업 ‘덴 데일’에서 약 5년간 근무하며 예술적 작업 기법을 익힌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런 백 작가가 SF축제의 트로피와 인연을 맺은 것은 3차원(3D) 프린터 등을 쓰기 위해 과천과학관을 자주 찾으면서부터다. 고국에서 작품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2010년 귀국한 뒤 모교인 단국대에서 조형예술학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매년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러다가 평소 즐겨 찾는 과천과학관에서 트로피 제작 제의를 받았다.

백 작가가 올해 만든 SF축제 트로피는 모두 12개. 만화, SF장편, SF중단편, SF영상 4개 분야 대상과 최우수상, 우수상 수상자 3명에게 각각 주어진다. 올해 SF축제는 이달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6일간 열린다. 과천과학관은 백 작가의 트로피를 SF대회의 상징으로 삼아 매년 같은 트로피를 수상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과천과학관에서 시민들의 DIY 활동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무한상상실 강사로 활동했던 게 인연이 돼 SF축제 트로피 제작에도 참여하게 됐어요. 앞으로 야구 축구 같은 한국 스포츠경기 우승 트로피 제작에도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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