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김명수… 靑 “24일전 인준 처리를” 野 “인사팀 문책 먼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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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중기벤처장관 후보자 사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경북 포항에 머무르던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49)는 15일 오전 청와대에 전화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여권 관계자는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결정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박 후보자에게 직접 ‘정말 미안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최연소 장관 후보자 22일 만의 사퇴

당초 인사청문회 직후만 해도 박 후보자는 사퇴할 의사가 없었다. 하지만 13일 청문보고서가 ‘부적격’으로 결론이 나고 여당도 이를 방조하면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신의 거취 문제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문제와 연관된 것도 마음을 정한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공을 넘겨받은 청와대가 박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시간을 끈 것을 사실상 박 후보자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연소 장관으로 지명됐던 박 후보자가 22일 만에 사퇴한 데 대해 임 비서실장은 직접 춘추관 기자실을 찾아 사과했다. 임 비서실장이 인사 문제와 관련해 사과한 것은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라며 비판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박 후보자 사퇴는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바른정당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당연한 결과다.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여당이 앞서 반대해야 했던 웃지 못할 코미디”라고 했다.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자격 미달’ 후보자가 청문회까지 온 것 자체가 문제다”며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등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靑, 김명수 후보자 24일 이전 처리해야

청와대와 여당은 박 후보자의 사퇴로 트인 정국의 숨통을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는 동력으로 가져가려는 자세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행정부도 그리고 입법부도 사법부를 단 하루라도 멈춰 세울 권한은 없다”며 “사법부 수장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양승태 대법원장이 퇴임하는) 24일 이전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이제 국회가 화답할 차례”라며 “청와대와 박 후보자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 만큼, 국회도 김 후보자 인준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캐스팅보트도 원내 3당인 국민의당이 쥐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박 후보자 사퇴로 한발 물러선 만큼 국민의당도 전보다 협조적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를 연계하는 일은 결코 없다”며 “(땡깡, 골목대장 등의) 막말을 내놓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사과가 우선”이라고 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민주당 추 대표를 향해 “잊을 만하면 나타나 독설을 내뱉는 ‘관종’(관심 종자)”이라 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청와대가 박 후보자 사퇴와 김 후보자 임명을 갖고 우리와 딜(거래)을 해보려다 국민의당 입장이 강경하니 (박 후보자를) 던진 것 아니냐”고 했다. 내부적으론 국민의당이 ‘반(反)사법개혁 세력’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 김명수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김명수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했지만 한국당이 김 후보자의 위증 의혹을 제기하면서 합의는 불발됐다.

이날 한국당 간사 주광덕 의원은 “김 후보자가 이용한 여행상품 중 ‘맞춤 VIP 크로아티아’의 1인 경비 602만 원을 아내와 함께 쓴 것으로 답변한 것은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13일 청문회 때 주 의원이 “맞춤 VIP 크로아티아 602만 원 부인하고 둘이 간 것이냐”고 하자 “그렇습니다. 딸 시집보내고 아들이 사법연수원 들어간 뒤 부부끼리 여행을 많이 다닌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주 의원은 부부가 크로아티아 여행 경비로 1204만 원을 지불했고, 결과적으로 전체 여행 경비도 기존 2100만 원이 아닌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당시 청문위원의 질문이 1인 경비인지 2인 경비인지를 특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질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김 후보자가 막연하게 ‘부인과 같이 간 것’이라고 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국민의당 간사인 손금주 의원도 “위증의 고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야는 18일 청문보고서 채택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장관석 jks@donga.com·한상준 기자
#김명수#박성진#사퇴#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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