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잇단 소신발언… ‘패싱’ 논란 정면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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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성장 조심스러운 측면 있다… 공공부문에도 비정규직 필요”

“소득 주도 성장은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측면에서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처럼 여당 및 청와대와 온도 차가 있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놓고 대통령과 다른 발언을 하는 것이다. ‘김동연 패싱(건너뛰기)’ 논란에 휩싸였던 김 부총리가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현 정부에서 실제 정책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걸 뻔히 알면서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립 서비스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정부서울청사 부총리 집무실에서 개최한 경제 현안 간담회에는 홍장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 등이 처음 참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김 부총리가 처음으로 참석을 요청해 함께했다. 부총리 간담회에 청와대 수석과 한은 총재가 한꺼번에 참석한 사례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간담회가 끝난 뒤에는 김 부총리가 케이크를 준비해 생일을 맞은 이 총재를 축하하는 깜짝 파티까지 열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회의에서 김 부총리는 “새 정부에선 서별관회의 대신 주제별 경제 현안 간담회를 통해 청와대, 한국은행과 같이 필요한 주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관련 분야 수장들이 모여 협의하는 회의체의 운영 주체가 자신임을 명확히 했다. 13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 및 여당 지도부와 방향이 다른 발언을 여러 차례 하고 바로 다음 날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행보에 적극 나선 것이다.

김 부총리가 최근 혁신성장에 대해 줄기차게 강조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혁신성장은 산업생태계 혁신, 규제개혁 등으로 민간의 활력을 도모하자는 주장으로 소득 주도 성장과는 차이가 있다. “사람 중심 투자의 또 다른 한 축이 혁신성장이다. 소득 주도 성장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어렵다”는 게 김 부총리가 최근 밝힌 지론이다. 청와대는 14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개최한 수석·보좌관회의 후 서면 브리핑에서 “혁신성장을 기치로 민간 일자리 정책을 본격 추진할 것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혁신성장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같은 모습을 두고 관가에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소신 없고 존재감이 없다는 세간의 평이 나오자 의도적으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자신의 입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대정부질문에서 김 부총리는 김동연 패싱 논란에 대한 말이 나오자 “남의 평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맞받아쳤다.

일각에선 김 부총리의 언행은 결국 청와대와의 교감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경제 부처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여당 지도부 발언과는 배치되지만 청와대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박재명 기자
#김동연#경제부총리#비정규직#공공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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