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핀셋 지원’으로 저소득층 자립 돕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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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자에 적합한 자활 취업방식 등… 빈곤탈출-지원 투트랙으로 진행
8시간 미만 ‘시간제 자활근로’ 도입… ‘희망키움통장’ 가입 문턱도 낮춰

서울 중앙자활센터에서 기초생활 수급자들이 창업, 취업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 정부는 수급자의 빈곤탈출을 위한 교육, 취업, 인센티브 등 각종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제공
서울 중앙자활센터에서 기초생활 수급자들이 창업, 취업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 정부는 수급자의 빈곤탈출을 위한 교육, 취업, 인센티브 등 각종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는 ‘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10일 발표했다. 저소득층이라도 일정 수준의 소득과 재산을 가진 가족이 있다면 생계비 주거비 등을 지원받지 못하는 ‘부양의무자’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기초생활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 93만 명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2018∼2020년의 3개년 계획이다.

기초생활 수급자가 전체 인구의 3.2%(163만 명)에서 4.8%(252만 명)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022년까지 약 10조 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이번 정책이 성공하려면 빈곤층 지원 확대를 넘어 이들의 빈곤 탈출 자체를 늘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 수급자 20%는 근로능력 있어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수급자(163만1000명·2016년 기준) 중 약 20%는 ‘근로능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현재 수급자 중 6년 이상 수급자 신분을 유지하는 비율은 절반(48.4%)에 달한다. 2명 중 1명만 빈곤 탈출, 즉 ‘탈수급’에 성공하는 셈. 지난해도 신규 수급자는 31만 명인 반면 탈수급자는 24만 명에 그쳤다. ‘탈수급’이란 수급자가 취업 등으로 경제적 능력이 생겨 중위소득 30% 이상(생계급여 기준)이 되는 단계를 뜻한다.

문제는 빈곤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수급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30대 이모 씨는 3년 전 근로능력이 있어 ‘조건부’ 기초생활 수급자가 됐다. 조건부 수급자는 생계비를 지원받는 대신 정부 자활사업체에서 일을 하거나 취업프로그램에 등록해야 한다. 이 씨는 자활사업체에 들어가 근무했지만 곧 의욕을 상실했다. 지원비를 매일 술을 마시는 데 썼을 정도.

신정인 씨(39·인천 부평구 삼산동)는 달랐다. 고교를 중퇴한 그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음식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다 기초생활 수급자가 됐다. 하지만 신 씨는 자활사업체에 들어간 후 적성에 맞는 일을 발견했다. ‘택배업무’였다. 관련 교육을 받은 그는 곧 택배업체에 취업했고, 이후 자활택배기업 ‘내일택배’를 창업했다. 그는 “수천만 원의 빚을 다 갚았고 수급자에서 탈출했다”고 말했다.

이번 3개년 계획에 수급자의 빈곤 탈출 지원을 ‘맞춤형’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들어간 이유다. 앞으로 수급자 개개인의 가정 환경, 자활 의지, 근로 역량을 세밀히 분석해 수급자에게 적합한 자활 및 취업방식을 찾아낸 후 지원하게 된다. 배병준 복지부 복지정책관은 “자활일자리도 2020년까지 4만9500개로 늘어난다”며 “빈곤 지원 확대와 빈곤 탈출 지원 정책이 투트랙으로 진행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하루 중 일정 시간만 일하는 ‘시간제 자활근로제’도 도입된다. 현재 조건부 수급자는 자활사업체에서 하루 8시간을 근무해야 한다. 육아, 간병 등으로 8시간을 채우지 못해 자활근로를 포기하는 수급자가 많았다.

○ 자산 형성 돕고 청년 지원 강화


수급자가 급여의 일부를 통장에 넣으면 그 금액의 최대 3배가량을 정부가 통장에 넣어줘 목돈을 만들게 돕는 ‘희망키움통장’ 제도도 확대된다. 수급자 중 중위소득 24% 이상만 이 통장을 개설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 기준을 하향시켜 추가로 9만 가구가 신규로 이용케 한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납부하는 근로 대학생과 24세 이하 청년에 대한 ‘근로소득공제’도 확대된다. 예를 들어 수급자 신분인 대학생 A 씨가 월 30만 원의 아르바이트 소득이 생긴다면 이 금액을 제외하고 생계급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행 근로소득공제 제도를 통해 대학생과 만 24세 이하 청년은 각각 30만 원, 20만 원을 공제받고 이를 넘는 소득은 30%를 추가로 공제받는다. 앞으로는 이 공제액이 40만 원으로 높아지고, 초과분의 30%를 추가로 공제받게 된다.

34세 이하의 빈곤층도 근로소득공제를 해주고 공제된 금액을 자산형성지원통장(신설)에 넣어 저축한다면 정부가 자립지원금으로 최소 같은 금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청년이 취업으로 소득이 발생해 부양의무자가 돼도 생활이 어려운 가족의 수급자 신분을 5∼7년간 유지시켜 줄 방침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핀셋 지원#저소득층 자립#희망키움통장#시간제 자활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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