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 “정치적 중립”이라 쓰는데 “알아서 기라”로 읽힌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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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단행된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국정 농단 특별검사팀 파견 검사들과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의 요직에 대거 중용됐다.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에 기용된 한동훈 검사는 특검팀에 파견돼 삼성 수사를 주도했다. 윤대진 1차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민정수석실에 파견돼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이 시기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특수 1, 2, 3, 4부장 중 3명도 특검팀 출신이다.

한동훈 3차장은 국정 농단 사건 공판을 지휘한다. 박찬호 2차장 산하 공안부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도 대거 공안부에 배치됐다. 서울중앙지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유지, 추가 수사는 물론 ‘적폐 척결 수사’와 청와대에서 발견된 전 정권의 문건 수사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권력형 비리 수사를 도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이 사실상 ‘전(前) 정권 전담 수사처’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검사들이 이번 인사를 보면서 ‘정치적 중립’보다는 ‘알아서 기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 검사들은 줄줄이 좌천됐다. 문 대통령은 “정치에 줄 대기를 해서 혜택을 누린 정치 검사에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이번에 국정 농단, 댓글 사건 수사를 통해 발탁된 검사들이 ‘정치 검사’로 찍히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다. 검찰 개혁이 ‘정치적 중립’이라고 쓰면 ‘문재인 검찰’로 읽히지 않을까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국정 농단 특별검사팀#국가정보원 댓글 사건#한동훈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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