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트럼프가 역대 최강 핵전력 만들어?… 사실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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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후 핵무기 현대화” 발언 논란

미니트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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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으로서 내 첫 명령은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개선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세고 더 강력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취임 이후 미국이 역대 최강의 핵전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또 시비가 붙었다. 미국이 무시무시한 핵전력을 보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냉전시대와 비교하면 전력이 약화된 데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6개월여간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피노키오 지수’(거짓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를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핵무기를 더 강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먼저 그가 취임 7일 뒤 새로운 핵태세검토(NPR·Nuclear Posture Review) 등이 포함된 미군 재건에 대한 첫 국가안보 명령을 내놓은 것은 맞지만, 이것이 첫 번째 명령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명령에 담긴 핵무기 현대화를 위한 NPR도 새 정부가 집권하면 으레 요구하는 것이지,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히 명령한 것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0년 NPR 작성을 명령했다.

게다가 이 NPR는 올해 하반기쯤 대통령에게 보고될 예정이어서 지난 6개월간의 변화와는 무관하다. 대릴 킴벌 군축협회(ACA) 집행국장은 “현재 미국의 핵무기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날과 똑같다”고 말했다. 벤 로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6개월 만에 핵무기를 바꿨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의 거짓말이 놀라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공영방송 NPR는 “미국의 핵전력은 냉전 이후에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어떤 순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고 평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역대 최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현재 핵탄두 4480기(1740기 실전 배치)를 보유하고 있다. 냉전 시기인 1967년(3만1225기)이나 베를린장벽이 붕괴되던 1989년(2만2217기)보다 양적으로 크게 줄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맞서 미 공군이 시험 발사한 ICBM인 ‘미니트맨3’는 미국 내 3곳에 400기가 배치돼 있다. 미국은 냉전 때 최대 1000기의 ICBM을 보유했다. 24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14척의 잠수함을 조지아주와 워싱턴주 기지에서 운용하고 있지만, 미-러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잠수함의 미사일 발사 능력이 제한될 예정이다. 이 밖에 180기의 전술핵이 유럽 기지에 배치돼 있다.

핵심 전력의 노후화도 진행 중이다. 미니트맨은 실전 배치된 지 50년이 돼 간다. 주요 잠수함 전략폭격기 등도 냉전 때부터 쓰이고 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핵무기 현대화에 2015년부터 10년간 4000억 달러(약 465조 원), 향후 30년간 총 1조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생산 시간과 의회의 예산 책정 등을 고려하면 핵무기 현대화는 며칠이 아닌 수십 년이 걸리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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