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공유하기
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美 청년들은 왜 ‘비주류’ 샌더스에 열광했나

입력 2017-08-05 03:00업데이트 2017-08-05 03:00
읽기모드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버니 샌더스 지음/김수민 한상연 옮김/688쪽·2만5000원·원더박스
지난해 3월 14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찰스시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연설에 나선 버니 샌더스. 그는 “이 나라는 한 줌도 안 되는 억만장자의 것이 아니다. 정치적 소외감, 냉소주의, 정치에 대한 분노를 어떻게든 국민 스스로 극복해야 이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Gino Santa Maria 원더박스 제공지난해 3월 14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찰스시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연설에 나선 버니 샌더스. 그는 “이 나라는 한 줌도 안 되는 억만장자의 것이 아니다. 정치적 소외감, 냉소주의, 정치에 대한 분노를 어떻게든 국민 스스로 극복해야 이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Gino Santa Maria 원더박스 제공
“여러분과 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이곳에 모인 많은 분들과 저는 여러 중요한 사회 이슈에 대해 견해가 다릅니다. 그 사실은 비밀이 아닙니다. 저는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며 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기에 이 자리에 왔습니다.”

2015년 9월 4일. 미국 버지니아주 리버티대 학생 1만2000여 명 앞에 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6·무소속·버몬트주)은 그렇게 초청연설을 시작했다. 리버티대는 미국 보수주의 교육의 정점에 있는 학교다. 그해 학위수여식에서 총장이 학생들의 총기 무장을 부추기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날 연설에 나서기 4개월 전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 2세 정치인은 평소대로 양성 평등, 빈부격차 해소, 종교 선택의 자유에 대한 소신을 또렷이 이야기했다.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등 모든 위대한 종교 안에 존재하는 통찰력에서 일할 동기를 부여받는다”고 밝힌 그의 연설은 ‘비인격적 경제의 무자비한 독재’를 비판한 가톨릭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인용하며 끝맺었다.

샌더스는 지난해 7월 미 대선후보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패했음을 인정한 뒤 이 자서전 집필을 시작했다. 책에서 그는 리버티대 연설을 이렇게 돌이킨다.

“그곳에서 나에게 투표하려는 유권자가 생겼을까? 내가 그들의 생각을 많이 바꿨을까? 아마 아닐 거다. 하지만 그날 거기 앉아 있던 젊은이들은 자라오면서 한 번도 접하지 못한 가치관을 접했을 거다. 그것만으로도, 리버티대 연설은 잘한 일이었다.”

지난해 미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선거가 아니라 클린턴이 패배한 선거’로 평가받는다. 클린턴 패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조명되는 것이 경선 라이벌이었던 샌더스가 남긴 여파다. “거액 선거자금 기부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해서 일할 정부를 만들겠다”고 천명한 샌더스에 열광했던 20, 30대 젊은 유권자들은 “3000달러 이상 기부자만 정치 컨설턴트의 저택에 초청하는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집중한” 클린턴을 지지하지 않았다.



페인트 판매원의 아들로 태어나 뉴욕 브루클린 임대아파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샌더스는 “모든 브루클린 사람들의 ‘가족’이었던 야구팀 다저스가 구단주의 이윤 추구를 위해 캘리포니아로 옮겨가는 과정을 통해 자본주의의 결함을 처음으로 목격했다”고 썼다. 책은 평범한 수재가 인종차별 철폐운동에 참여하고 소도시 시장으로 정치인생을 시작해 “미국 역사상 최장기 무소속 상원의원”으로 결국 대선에까지 뛰어든 사연을 군더더기 없이 짚어간다.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자 동생(젭 부시)이 전직 대통령의 아내(클린턴)와 대선에서 맞붙을 거라니. 이건 정치왕조의 과두정치 아닌가? 나는 그런 미국을 보고 싶지 않았다.”

책의 절반은 성장기와 경선 과정 이야기, 나머지 절반은 구체적 정책 목표와 추구하는 신념에 대해 썼다. 정치인의 자서전이어서인지 자화자찬이 지나치다 싶은 문장이 적잖다. 하지만 옹골찬 결의가 마디마디 묻어나는 문장이 가볍지 않은 울림을 남긴다.

“선거에서 패할 수는 있지만 영혼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서 그치는 선거운동을 하지 않으려 했다. 대통령 혼자서는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며 혼자서 모든 것을 해서도 안 됨을 알리는 선거운동, 노동자와 청년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선거운동을 하려 했다.”

원제는 ‘Our Revolution: A Future to Believe In’.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