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야구 사령탑 ‘국보 투수’ vs ‘왼손 교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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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표팀 감독에 45세 이나바
1995년부터 20시즌 타율 0.286… ‘몸쪽 공 가장 잘 치는 타자’ 평가
선 감독과는 자주 마주치지 않아… 지도자 경험은 2차례 대표코치뿐

선동열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열린 2006년. 한국 야구 대표팀의 투수코치였던 선동열 감독(54)은 까마득한 야구 선배이자 일본 팬들에게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던 오 사다하루(왕정치·77) 일본 대표팀 감독에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선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시절 은사였던 호시노 센이치 일본 대표팀 감독(70)을 찾아 먼저 인사를 했다.

하지만 앞으로 야구 한일전이 열리면 선 감독은 인사를 기다리는 쪽이 될 것 같다. 24일 한국 야구 대표팀의 전임 감독으로 선임된 선 감독이 어느새 일본 대표팀 감독보다 연장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나바 아쓰노리
이나바 아쓰노리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 대표팀도 이날 이나바 아쓰노리 전 일본 대표팀 타격코치(45)를 신임 감독으로 내정했다. 그는 선 감독보다 9세 어리다.

둘은 선수 시절 투수 대 타자로 맞대결을 벌인 적도 있다. 선 감독은 2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일본 주니치에 진출했을 때 이나바는 신인급 선수였다. 나이 차가 있어 친분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운동장에서 만나 인사하고 편하게 얘기하는 사이는 된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국보 투수’로 활약했던 선 감독은 1996년 일본 주니치에 입단해 1999년까지 뛰었다. 이나바 감독은 1995년부터 야쿠르트와 니혼햄 등에서 20시즌 동안 선수 생활을 했다. 주니치와 야쿠르트는 모두 센트럴리그 소속이다.

선 감독은 “내가 마무리 투수였기 때문에 자주 상대할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맞대결 결과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공을 잘 맞히는 타자였던 건 분명하다. 특히 빠른 공에 배트가 잘 따라 나왔다”고 회상했다. 선 감독의 말대로 이나바 감독은 몸쪽 공을 가장 잘 치는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할지는 몰라도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칠 것은 분명하다. 둘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선 감독은 투수 전문가이고, 이나바 감독은 타격에 일가견이 있다. 선 감독이 오른손잡이라면 이나바 감독은 왼손잡이다.

무엇보다 선 감독은 검증된 지도자다. 삼성과 KIA 등 프로팀을 이끌었고, 투수코치로 베이징 올림픽과 2015년 프리미어12 등 다양한 국제 대회를 경험했다. 선 감독이 전임 감독으로 임명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관록’이다.

이에 비해 이나바 감독은 지도자 경력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2014년 니혼햄에서 은퇴한 뒤에는 방송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2015년 프리미어12와 올해 제4회 WBC 때 고쿠보 히로키 전 감독을 도와 타격코치를 맡은 게 전부다. 하지만 일본 대표팀 강화위원회는 그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두 사람의 맞대결에 일본 언론들도 벌써부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국을 이끄는 두 신임 감독의 첫 만남은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으로 예상된다. 서로 다른 색깔의 두 사람은 2020년 도쿄 올림픽 때까지 팀을 이끌면서 치열한 한일전을 벌이게 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나바 아쓰노리#선동열#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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