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전집 낸 윤후명 “12권이 한권의 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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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구조보다 이미지 집중 글쓰기… 모든 작품이 그물망처럼 얽혀있어

윤후명 소설가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전집을 내고 나니 내가 걸어온 길을 공적으로 고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은행나무 제공
윤후명 소설가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전집을 내고 나니 내가 걸어온 길을 공적으로 고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은행나무 제공
“12권 전체가 한 권의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들이 서로 조금씩 연관을 맺고 그물망처럼 얽혀 있으니까요. 제 모든 것을 보여드리는 겁니다.”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은 윤후명 소설가(71)가 12권짜리 ‘윤후명 소설전집’(은행나무)을 완간했다. 윤 작가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소설전집을 만드는 작업은 4년간 진행됐다. 소설 ‘강릉’, ‘둔황의 사랑’, ‘원숭이는 없다’, ‘협궤열차’와 시집 ‘명궁’,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등을 내며 소설과 시의 경계를 넘나든 윤 씨는 우리 언어의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서사 위주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난 글쓰기로 주목받았다.

“소설은 이야기가 중심이라고 강조하지만 저는 서사 구조보다는 이미지에 집중해 글을 썼어요. 기존 틀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발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전집에는 제가 추구해온 이미지가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고향 강릉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소설을 처음 쓸 때 뭘 써야 할지 막막했는데, 아는 것을 쓰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제 고향인 강릉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지금까지 쓴 건 결국 고향 이야기, 제 이야기를 무수히 변주하고 다른 형태로 바꿔 놓은 것이란 걸 깨닫게 됐습니다.”

전집은 모두 1인칭으로 서술돼 있다. 나에 대한 탐구부터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1인칭을 사용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 씨는 시인과 소설가, 두 가지 역할을 함께하는 것이 녹록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 문단만 소설과 시를 별개로 여깁니다. 제가 시도 쓰고 소설도 쓰니까 농담처럼 박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어요.(웃음) 소재와 느낌에 따라 어떤 건 시로 좋은 게 있고 어떤 건 소설로 좋은 게 있는데 말이죠.”

요즘 독자들이 소설을 읽지 않는 데 대한 책임은 소설가들에게 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는데 소설은 이를 따라가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소설은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는 다르게, 그리고 앞서가는 형태로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가야 합니다.”

점점 커져가는 독자들과의 괴리를 좁히지 않으면 문학은 그들만의 세계에 갇히고 말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 문학이란 걸 평생 붙들고 살아왔습니다. 돌아보니 기쁨, 즐거움, 괴로움 등으로는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드네요. 독자들과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는 걸 함께 느끼며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윤후명#윤후명 소설전집#둔황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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