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와 VR로 만들어보는 나만의 공간, 아키드로우 이주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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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6월 28일 1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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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가 소셜 미디어를 타고 유행 처럼 퍼지고 있다. 셀프 인테리어란 말 그대로 집을 직접 꾸미는 일로, 벽지나 커튼의 색상, 조명 분위기, 가구 소재 같은 인테리어를 직접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이들은 거실 바닥은 물론, 욕실 타일까지 제 손으로 직접 바꾸기도 한다. 이러한 셀프 인테리어는 단순히 집을 수리한다는 개념을 벗어나,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결과물을 공유한다.

최근 셀프 인테리어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출처=IT동아)
최근 셀프 인테리어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출처=IT동아)

최근 내 집 하나 장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월세를 전전하는 젊은 층의 '최소한 내가 지내는 공간만이라도 내게 맞게 꾸며보자'는 심리를 잘 반영한 문화라 할 수 있다. 건축 IT 스타트업 아키드로우가 선보인 '아키스케치'는 이러한 셀프 인테리어족이 자신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CAD 등을 이용해 어렵게 그리는 도면을 웹이나 앱을 통해 쉽게 제작하고, 특히 이를 3D 그래픽으로 구현해 원하는 가구를 원하는 위치에 가상으로 배치해보거나 벽면과 바닥의 색상을 바꿔볼 수 있다. 게임 '심즈'에서 집을 짓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2D 도면을 3D로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아키드로우의 '아키스케치' 서비스(출처=IT동아)
2D 도면을 3D로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아키드로우의 '아키스케치' 서비스(출처=IT동아)

아키드로우 이주성 대표는 "건축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CAD로 그린 도면을 통해 고객사에게 완성될 건물을 소개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런 도면은 사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해하기 어렵다. 이 도면을 많은 사람에게 더 쉽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고, 그래서 건축 현장에서 도면을 실제 건축물처럼 3D로 제작해 보여줄 수 있는 기기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한 아키스케치 서비스는 그가 언급한 3D 도면 기기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다. 이 기기를 제작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우선 소프트웨어를 먼저 상용화하고, 향후 이를 탑재한 건축현장용 단말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아키드로우 이주성 대표(출처=IT동아)
아키드로우 이주성 대표(출처=IT동아)

아키스케치(http://www.archisketch.com/)는 특별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2D, 3D 설계도를 제작할 수 있는 웹 서비스다. 일반인이 CAD 소프트웨어를 배우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며,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가격 역시 비싸다. 하지만 아키스케치는 이러한 작업을 비교적 쉽고,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고도 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웹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돼 있으며, 아키드로우는 향후 이를 스마트폰 앱으로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주성 대표는 "집을 짓고 가구를 배치해서 꾸며보면서 자신의 집에 어떤 가구가 어울리고 어떤 벽지와 바닥재가 어울릴지 예상해볼 수 있다. 향후 전세계 건축물의 도면을 3D화 해서 직접 건물을 그리지 않아도 되도록 3D 도면화 해서 배포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종이에 그려진 도면을 촬영하면 아키드로우에서 이를 3D 도면으로 바꿔준다. 예를 들면 분양 안내 책자에 있는 도면을 사진으로 촬영해서 3D 도면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이 서비스에 VR을 접목하면 모델 하우스에 직접 가지 않고도 가상현실 공간에서 미리 입주할 집을 둘러보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아키스케치는 3D 도면을 쉽게 제작하고, 이 도면을 가상현실 형태로 구현할 수 있다(출처=IT동아)
아키스케치는 3D 도면을 쉽게 제작하고, 이 도면을 가상현실 형태로 구현할 수 있다(출처=IT동아)

또, 그는 아키스케치 서비스를 실제 가구 제조사와 연계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직접 배치해본 가구를 직접 구매하는 서비스로도 연결할 계획이다. 향후 많은 가구 제조사와 협력해 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 서비스 사용자 중 절반은 미국에 있으며, 미국은 직접 소품을 제작하는 DIY가 활발한 만큼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주성 대표는 건축을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함께 창업한 친구와 함께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 게임을 좋아했는데, 당시에는 컴퓨터 학원에 가야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인 만큼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됐다.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싶었지만, IT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인 만큼,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건축을 전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건축으로 진학하고, 졸업 후에도 이 분야로 취업했지만 현장에서 고객사에게 더 쉽게 도면을 이해시킬 방법을 고민했고, 결국 다시 IT 분야로 돌아온 셈이다. 그렇게 2015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차리고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선택한 이유는 DIY 시장의 규모가 크고 활발하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DIY 시장이 발달했다(출처=IT동아)
미국은 DIY 시장이 발달했다(출처=IT동아)

"처음 미국에 나갈 때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명확한 계획이나 목표 없이 단순히 도움이 되는 건축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사업을 계속 하게 되면서 구체적인 방향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이를 바탕으로 벤처 캐피탈에서 투자를 받기도 했으며, 올해 초 한국으로 돌아와 마케팅은 미국에서, 연구개발은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아키스케치가 도입할 서비스와 기능은 어떤 것일까? 단기적으로 3D 모델 파일을 바로 불러와 내가 만든 3D 도면에 직접 넣을 수 있는 기능이다. OBJ, DWG 등의 형태로 제작된 가구 디자인 파일을 불러와 실제로 배치해보면서 이를 실제 주문 제작 등으로 이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가구 큐레이션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바닥이나 벽지에 맞게 가구 소재나 디자인을 추천하고, 가구 교체 시기 등도 알려주는 서비스다. 우리는 이를 위한 AI 솔루션도 갖추고 있으며, 이는 도면을 사진으로 촬영하면 자동으로 3D 도면으로 바꿔주는 기능에도 적용 중이다"고 설명했다.

아키스케치로 도면을 제작하는 모습(출처=IT동아)
아키스케치로 도면을 제작하는 모습(출처=IT동아)

이주성 대표는 "미국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한국으로 돌아와 자리잡는 사례는 드문 만큼, 우리가 좋은 사례를 만들고 싶다. 우리 서비스는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모든 사람이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 없이도 이런 일을 쉽게 할 수 있는 그날까지 계속 될 것이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IT전문 이상우 기자 ls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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