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때 구한 피란민 아들… 한국 새 대통령 됐다니 감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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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美 ‘빅토리호’ 선원 러니씨
“맥아더 장군이 피란민 구조 지시… 1만4000명 탑승에 16시간 걸려… 질서있게 타던 장면 오래 기억나”
文대통령 6월말 방미때 만날 예정

흥남철수 작전에 참가한 미국 상선 메러디스빅토리호의 상급선원 로버트 러니 씨(오른쪽)가 12일(현지시간) 뉴욕주 브롱크스빌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안재철 월드피스자유연합 이사장. 월드피스자유연합 제공
흥남철수 작전에 참가한 미국 상선 메러디스빅토리호의 상급선원 로버트 러니 씨(오른쪽)가 12일(현지시간) 뉴욕주 브롱크스빌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안재철 월드피스자유연합 이사장. 월드피스자유연합 제공
“우리가 구출해낸 피란민 중에 한국의 새 대통령(문재인 대통령) 가족도 있었다는 사실에 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문 대통령의 부모가 (1950년 12월 흥남철수 때) 메러디스빅토리호에 타지 못했다면 (지금의) 문 대통령도 있기 어려웠을 겁니다.”

빅토리호의 상급선원으로 ‘흥남철수 작전’을 도왔던 로버트 러니 씨(90·변호사)는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롱크스빌 자택에서 월드피스자유연합 안재철 이사장과 한국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하며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6·25전쟁 당시인 1950년 12월 22일 피란민 1만4000여 명을 흥남항에서 태워 거제도로 구출시킨 7600t급 화물선 빅토리호는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인명을 구해낸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성탄절에 거제도에 도착한 피란민들은 육지에 오르자마자 뒤돌아보며 빅토리호를 향해 크게 머리를 숙였다고 한다. 혹한의 날씨였지만 사흘간의 항해 동안 단 1명의 사망자도 없었고, 그사이 배 안에서 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다. 이 항해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부모와 누나가 거제도에 도착한 2년여 뒤인 1953년 1월 거제군 거제면 명진리에서 태어났다. 러니 씨는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차 방미하는 문 대통령을 워싱턴에서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문 대통령을 만나면) 전쟁으로 초토화된 한국을 한국인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일으켜 세웠는지에 대해 느끼는 나의 경애심을 직접 전하고 싶다. 미주 한인들이 미국사회에 막대한 공헌을 하고, 그들의 자녀들은 더 우수한 인재로 성장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문 대통령)가 평화를 추구하는 훌륭한 리더가 되고, 한미 간 긴밀한 동맹 관계도 잘 이어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러니 씨는 “‘흥남철수 당시 미군이 피란민 구조에 소극적이었다’는 주장도 있다”고 묻자 “그렇지 않다. 오해”라며 “1950년 12월 8일 ‘피란민을 구출하라’는 요지의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총사령관의 명령문이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흥남철수 작전은 맥아더 장군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흥남철수의 진정한 영웅은 (맥아더도, 미군도 아닌) 자유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배에 올라탄 피란민들”이라고 치켜세웠다. 당시 흥남부두 전체는 중공군 10만여 명에게 포위된 상태였기 때문에 피란민들이 빅토리호에 탑승하는 약 16시간 동안 불과 5km 뒤까지 쫓아온 중공군은 공포, 그 자체였다고 한다.

러니 씨는 “‘북한이냐 남한이냐, 공산주의자냐 반공주의자냐’를 따지기 전에 자유를 열망하는 생명들이 있기에 구출한 것”이라며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피란민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에 오르던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통일된 한반도를 꼭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흥남철수 작전#맥아더 장군#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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