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건’ 없는 코미 증언… 트럼프측 “거짓말쟁이” 반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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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외압 진실공방 장기화 조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 외압 의혹을 제기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대해 트럼프 측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와 코미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한동안 진실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코미의 (불법) 정보유출이 생각보다 훨씬 더 퍼져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한 일이) 완전히 불법이라고? 정말 비겁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9일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열린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어제(코미의 증언)는 어떠한 공모도, 사법방해도 없었던 것을 확인해줬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FBI 수사 중단을 요청하고 충성을 요구했다는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이 사실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어 “나는 그(코미)를 잘 모른다.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내가 지금 한 말을 그(로버트 뮬러 특검)에게 그대로 말할 수 있다. 100% 선서한 상태에서 증언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트럼프가 강공으로 나온 것은 코미의 주장을 뒷받침할 뚜렷한 물증, 이른바 ‘스모킹 건’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만큼 정면 돌파를 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측근들도 ‘코미 때리기’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대선 기간 사실상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코리 루언다우스키 전 선거대책본부장은 9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코미는) 책을 팔려고 나선 거짓말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코미가 이번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1000만 달러(약 112억5000만 원) 상당의 출판 계약을 맺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이런 사람이 정부 관료에서 억만장자가 되는 방법을 보면 놀랍다”고 힐난한 뒤 “코미는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고 조정하는) ‘딥 스테이트(deep state·숨은 권력)’의 일원이며 ‘스왐프 크리처(Swamp Creature·흉측한 모습을 일부 아름다운 외양으로 가린 괴물)’”라고 주장했다. 루언다우스키는 당초 백악관 내에 설치하려 했던 러시아 스캔들 관련 작전회의실(War Room)을 대신한 ‘별동대’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미 청문회 후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를 옹호하는 세력이 점차 늘고 있다. 이는 코미 증언의 폭발력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탄핵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 존 매케인, 마코 루비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불편했던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감싸고 있다. 그레이엄 의원은 “대통령이 러시아와 한통속이라 수사를 받고, 사법방해로 조사받을 것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며 “트럼프가 잘못한 게 있다면 부적절하고 무례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 정보위원회는 러시아 스캔들의 실체를 가리기 위해 코미에게 트럼프와의 대화 내용을 기록한 메모 복사본을, 백악관에는 두 사람의 만남과 관련한 모든 기록을 제출할 것을 각각 요청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정보위는 양측에 녹음테이프가 존재한다면 이를 포함한 모든 증거물을 제출해 달라면서 기한을 23일로 제시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13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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