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 고어 “기후협약은 인권처럼 도덕적 이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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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美부통령 중앙대 강연
“트럼프가 협약탈퇴 예고했지만 미국은 온난화 물질 줄여나갈것”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1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서 파리기후협약의 미래를 낙관하며 친환경산업에 활용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앙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1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서 파리기후협약의 미래를 낙관하며 친환경산업에 활용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앙대
“‘노노노’를 외치는 격렬한 목소리에도 ‘옳고 그름’의 대결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세계의 미래가 걸려 있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예스’의 지점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가 사실상 확실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1일, 서울 중앙대 연단에 선 ‘기후변화 전사’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선거 유세에 나선 정치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강력한 사자후를 뿜어냈다. 기후변화 문제를 흑인·여성인권운동 등과 같은 ‘도덕적 문제’로 정의한 고어는 ‘노’의 목소리는 “잠시 지나가는 정치적 장애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파리협약을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관한) 가장 희망적인 신호’라고 부른 고어는 일부 청중이 술렁이며 웃음을 터뜨리자 “여러분이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잘 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약 탈퇴를 예고한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풀어냈다.

고어는 “트럼프가 뭐라고 하든지 관계없이 미국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오염물질을 계속해서 줄여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뉴욕이나 캘리포니아주 등 일부 지역이 이미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구글과 애플 등 기업들도 이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문제가) 왜 그렇게 어려운 선택인지 잘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400명이 들어설 수 있는 강연장을 가득 채운 학생들 앞에 선 고어는 “젊은 사람일수록 도덕적 선택을 마주했을 때 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젊은이들이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말했을 때 많은 이들이 비웃었지만, 결국 달 착륙을 성공시킨 미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들의 평균 나이는 26세였다고 했다. 고어는 “(달 착륙 8년여 전의) 케네디의 연설이 당시 18세였던 젊은이들의 인생을 바꿨고 그들이 역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이 목소리를 더 내고 싶어도 제도권 내에서는 힘들다는 학생의 질문에는 “더 경험이 있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관심이 있는 분야를 높은 수준으로 이해하고 대화에 효과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젊은이들이 지나치게 활기가 넘친다는 인상도 있다”며 “열정을 가지되 침착한 태도를 가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청중의 기립박수 속에 등장한 고어는 한 학생이 “‘불편한 진실’ 다큐멘터리를 보고 고어처럼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하자 “덕분에 오늘 기분 최고”라고 답하는 등 청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사회자가 2000년 대선에서 전국 득표에서 이기고도 대통령이 되지 못한 자신의 아픈 과거를 소개하자 “한국에선 표를 더 많이 얻은 사람이 이기느냐? 그 제도가 잘 작동하고 있느냐”고 되물어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한기재 기자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기후협약#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온난화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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