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10명중 4명 “노동권 침해 당해도 참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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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도움으로 해결” 7.7% 그쳐… 月평균 임금도 일반 국민의 67%
“거주지 보호기간 연장 사유 늘리길”… 인권위, 통일부에 개선 권고

2007년 탈북한 새터민 A 씨(61·여)는 사회적응교육 후 인천의 한 호텔에 취직했다. 그의 역할은 주방 보조. A 씨는 매일 엄청난 양의 그릇을 씻고 옮겼다. 경사진 곳을 내려오다 넘어져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을까 아픈 내색도 못했다. 그렇게 일하고 받는 월급이 110만 원.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들보다 40만 원가량 적었다. A 씨는 ‘내가 남한 사람보다 못한 게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 2년이 지나도 차별은 달라지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다친 A 씨는 결국 6년을 버티다 일을 그만뒀다. 그는 “북한에서는 근로자 급수에 따라 정해진 급여를 주는 대로 받을 뿐”이라며 “남한에 최저임금이나 산재보험 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A 씨처럼 직장생활 중 크고 작은 차별을 받는 새터민이 많다. 그러나 법에 보장된 근로자 권리를 제대로 몰라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새터민 취업자의 월평균 임금은 154만6000원으로 일반 국민(229만7000원)의 67% 수준이다. 특히 평균 근속기간은 1년 4개월로 일반 국민(5년 8개월)보다 매우 짧다.

새터민들은 노동권을 침해당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5년 ‘북한이탈주민 노동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금을 떼이거나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등 노동권을 침해당했을 때 ‘참고 넘기는 등 해결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새터민이 43.7%에 달했다. ‘고용부 등 공공기관의 도움으로 해결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7%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새터민들의 노동권 상담과 구제기능 강화를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새터민 대상 고용센터 취업상담과정도 개선 및 활성화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또 거주지 보호기간 연장 사유를 확대하도록 통일부에 권고했다. 새터민은 거주지 보호 기간 중 취업에 성공해 임금을 저축하면 정부로부터 매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저축 액수만큼 최대 50만 원의 지원금이 나온다. 거주지 보호 기간은 하나원 퇴소 후 5년이다. 지금은 입대나 출산으로 일할 수 없는 새터민만 보호 기간을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인권위는 “몸이 아파 병원에 장기 입원하거나 필수적인 직업훈련을 받느라 취업하지 못한 경우도 거주지 보호 기간 연장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한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 자립하는 새터민의 비율은 20∼30%에 불과하다”며 “건강이 좋지 않은 새터민이 많기 때문에 거주지 보호 기간 연장 대상자가 확대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연 lima@donga.com·김예윤 기자
#새터민#노동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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