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서재―요리사의 주방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 즐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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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셀비 사진전 ‘즐거운_나의_집’
화려한 색감-에너지 넘치는 작품… 대림미술관서 10월까지 선보여

멕시코 정글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에릭 워너가 야외 주방에 있는 사진. 토드 셀비는 편안한 모습으로 사적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Courtesy of The Selby
멕시코 정글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에릭 워너가 야외 주방에 있는 사진. 토드 셀비는 편안한 모습으로 사적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Courtesy of The Selby
시작은 블로그였다. 지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올렸다. 장소는 그들이 사는 집이었다. 서재, 침실, 작업실, 주방…. 가장 개인적인 공간에서 사람들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토드 셀비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의 사진은 인기를 모았다. 블로그는 이름이 났다. 세계의 힙스터(유행 선도자)들이 자신의 공간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셀비에게 청했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The Selby House: #즐거운_나의_집’은 미국의 사진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토드 셀비의 사진과 드로잉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4만 명이 다녀갔다. 그만큼 화제다.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의 서재, 구두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루부탱의 오토바이 등 유명 인사의 사진도 눈에 띄지만, 자신의 직업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사람들의 공간도 인상적이다. 가령 멕시코 정글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남자인 에릭 워너의 주방이 그렇다. 이 레스토랑은 전기를 쓰지 않는다. 오픈 키친(이곳은 야외 레스토랑이다)에서 장작불로 요리를 하는 남자는 금세라도 관람객에게 맛난 요리를 내어줄 것 같다.

사진작가 레츠 우드의 집은 런던 선착장에 있는 운하용 보트다. 침대 아래 칸을 작은 서재로, 침대 바로 옆 공간을 주방으로 만들어 놨다. 한눈에 보기에도 좁은 공간이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이곳에서 우드는 침대에 엎드린 채 환하게 웃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선인장 가게에서 일하는 엉클 조니는 셀비의 카메라 안에서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조니는 잘 자란 선인장을 찾아내 그것을 화분에 옮겨 심는 일을 한다. 사막여행을 하면서 희귀한 선인장을 찾고자 침착하게 시선을 돌리는 조니의 표정이 그려지는 사진이다.

사진 외에도 다양한 전시품의 화려한 색감이 이 전시의 특징이다. 미술관 입구부터 정원과 카페까지 따뜻하고 즐거운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동물과 음식, 자연 등을 소재로 삼은 일러스트레이션과 드로잉 작품은 동화책에서 옮겨 온 장면 같다. 마구 어지럽혀진 작가의 거실과 침실, 작업실을 재구성한 ‘셀비의 방’에 이르면 작가의 창의성이 어디서 발현되는지가 짐작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설치작품 ‘셀비의 정글’은 어린이들도 반가워할 만하다. 정글의 동물들을 다채로운 색감을 사용해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10월 29일까지.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토드 셀비 사진전#즐거운 나의 집#대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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