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뜨자… 렌치 “내게도 희망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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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딥포커스]伊 민주당 대표 당선 ‘재기 날갯짓’


마테오 렌치가 2014년 이탈리아 총리직에 오를 때 그의 나이는 39세였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 올라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의 지금 나이와 같다. 렌치가 당시 총리 지명 수락 연설에서 “이탈리아가 직면한 과제는 무엇보다 ‘일자리와 절망감’”이라고 한 것도 지금 마크롱이 내세운 메시지와 같다.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때에 맞춰 렌치도 부활했다. 렌치는 지난달 30일 민주당(PD) 대표 경선에서 대표로 당선됐다. 중간 개표 결과 72%를 득표해 안드레아 오를란도 법무장관(19%), 미켈레 에밀리아노 풀리아 주지사(9%)를 압도적인 표 차로 꺾었다.

렌치는 지난해 12월 국회의 힘을 약화시키고 행정부의 힘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추진했다가 부결된 뒤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사퇴해 절치부심해왔다. 렌치가 민주당 당 대표로 복귀하면서 내년 이탈리아 총선을 앞두고 재집권을 꿈꿀 수 있게 됐다.

포퓰리즘 정당에 맞선 친유럽연합(EU) 성향의 후보인 마크롱의 당선은 그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렌치는 24일 마크롱이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직후 “브라보 마크롱, 그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고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함께 전진하자”는 글을 올렸다. 그는 “유럽의 이상을 꿈꾸는 자들은 포퓰리즘이 반대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안다”며 “마크롱의 승리는 유럽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자들에게 힘을 줄 것”이라고 반겼다.

렌치의 당 대표 경선 슬로건은 ‘진행 중’이라는 뜻을 가진 ‘인 카미노(In Cammino)’였다. 폴리티코유럽은 마크롱의 ‘앙마르슈(전진)’를 직역한 것 같은 구호를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렌치 측은 마크롱 승리에 이어 9월 독일 총선에서 유럽의 포퓰리즘 열기가 꺾인다면 그 힘으로 내년 총선에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을 꺾고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각종 개혁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권 초기 50%를 넘나들던 렌치의 현재 지지율은 25% 안팎에 그치고 있다. 렌치의 독선적인 의사 결정에 반발해 소수파가 민주혁신당(MDP)이라는 새 정당을 만들어 분당했다. 지지율은 줄곧 오성운동(M5S)에 3∼8%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다. 게다가 렌치와 같은 당인 파올로 젠틸로니 현 총리는 은행과 이민자 구제를 위한 예산을 조만간 투입해야 하는데 이는 국민들이 싫어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민주당은 색채만 보면 이번 대선에서 몰락한 프랑스 집권 사회당과 가장 비슷하다. 대표 경선에서 맞붙었던 오를란도는 “렌치가 대표로 재선하면 프랑스 사회당 브누아 아몽 후보가 대선에서 고작 6%를 득표하는 데 그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렌치의 운명이 몰락한 아몽이 될지, 돌풍이 된 마크롱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로마 라사피엔차대의 마티아 딜레티 교수(정치학)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렌치는 상처를 입었지만 여전히 이탈리아 정치에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내년 총선에서 과거처럼 힘을 발휘할 수 있기까지 엄청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마테로 렌치#이탈리아#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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