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우리 곁의 모든 사람들이 곧 나의 ‘선지식’… 보고 듣고 느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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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기도도량순례’ 1주년… 선묵혜자 스님 인터뷰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는 2006년 9월 결성돼 9년간의 산사순례를 마친 후 다시 ‘53기도도량’ 선지식(善知識) 순례를 한 지 4월로 꼭 1주년이 됐다. 선묵혜자 스님이 결성한 이 기도회는 불교 신행 문화의 갖가지 신기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그동안 많은 호응을 받았다. ‘53기도도량순례’ 1주년을 맞아 23일 서울 수락산 도안사에서 선묵혜자 스님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108산사순례를 무사히 마치고 53기도도량순례기도회를 새롭게 결성했다. 이유가 뭔가.

“108산사순례를 마칠 때가 되자 종단 스님들과 불교학자들이 산사순례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무언의 압박과 격려를 주었으며 불자들의 열화 같은 요청이 있었다. 생각 끝에 화엄경 입법계문에서 선재동자가 진리를 찾아 53선지식을 순례하는 데서 착안해 53기도도량순례기도회를 결성하게 됐다. 현재도 108산사순례는 도중에 들어오신 분들이 있어 계속 순례하고 있고 많은 분들이 동참하고 있다.”

―108산사순례와 53기도도량순례의 다른 점은….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받고 선재동자가 만난 선지식은 수행자, 소년소녀, 병을 고치는 사람, 뱃사공, 신, 선인, 몸 파는 여인, 바라문, 보살 등이다. 그처럼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곧 나의 선지식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지 않으면 생의 진정한 가치를 배울 수 없다. 나쁜 이를 보면 그렇게 하면 안 됨을 느끼고, 착한 이를 보면 그의 행실을 배우는 것과 같다. 53기도도량순례는 선지식을 찾아서 진리를 배우는 길이다.”

―주로 어떤 곳을 순례하는가.

“삼보사찰은 물론이고 적멸보궁, 미타, 미륵, 관음, 문수, 지장, 보현, 나한도량 등 사찰을 9개 성지로 구분하여 순례하고 있고 108염주도 함께 완성해 나가고 있다. 순례지에 맞는 발원과 안심법문을 한 뒤 화엄경의 선지식들이 전해주는 진리의 말씀들을 들려주고 108참회기도를 한다. 궁극적으론 남북평화의 염원이었던 금강산 신계사, 묘향산 보현사, 평양 광법사, 황해도 성불사도 순례를 한 뒤에 남북평화를 위해 평화의 불을 밝히고 싶다.”

―108산사순례에서 많은 사회봉사활동을 했다. 지금도 하고 있는가.

“화엄경에선 선재동자가 선지식들에게 어떻게 하면 보살행을 실천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이처럼 우리 순례기도회도 어려운 이를 위한 보살행을 멈출 수가 없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농산물 직거래 장터 개설, 국군장병 초코파이 간식 제공을 하고 있다. 초코파이는 지금까지 420만 개가 넘어섰다. 이것이 진정한 보살행이 아닌가.”

―산사순례 중에 재미있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농촌 직거래 장터 개설이다. 처음엔 순수하게 기도가 목적이었다. 해인사로 순례를 갔을 때다. 기도를 마치고 차에 타야 되는데 회원들이 좌판에 펼쳐진 나물을 사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차에 타야 된다고 재촉했더니 한 회원이 ‘스님, 기왕이면 신선한 농산물을 살 수 있는 시간을 좀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세 번째 순례부터 시작한 것이 바로 농촌사랑 직거래 장터이다. 신도들이 신선한 농산물을 살 수 있으니 좋고, 농부들은 힘들게 지은 농산물을 좋은 값으로 파니까 좋았다. 이게 바로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했다.”



선지식을 찾아가는 53기도도량 순례기도회 모습. 53기도도량순례기도회 제공
선지식을 찾아가는 53기도도량 순례기도회 모습. 53기도도량순례기도회 제공
―현재 전국 50여 개의 사찰에서 산사순례기도회가 결성됐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스님이 한국 불교 신행 문화에 대단한 일을 하신 선지식이다. 회원 수는….

“과찬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고 수행자로서 나아가야 할 바를 했다. 현재 제2차 108산사순례자와 53기도도량순례자를 합쳐서 3500여 명이 다니고 있고 점점 가입자가 늘고 있다.”

―평화의 불을 사찰마다 분양하고 있다는 말씀을 들었다. 어떤 불인가.


“1986년 네팔 왕세자가 히말라야 산속에서 자연 발화해 타고 있는 ‘꺼지지 않는 불’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져온 불씨를 합쳐 석가모니 부처님 탄생성지인 룸비니 동산에서 밝혀온 불이다. 이 평화의 불은 2013년 4월 6·25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서 람 바란 야다브 네팔 대통령이 룸비니에서 채화해준 불씨로 내가 히말라야 산맥과 티베트, 타클라마칸 사막을 넘어서 이운해 왔다. 현재 한국의 명산대찰에 매월 분등하고 있다.”

―현재 대선에 앞서 각 정당 중앙선거본부에 평화의 불을 밝히고 있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날이 갈수록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보다도 남북이 평화로워야 한다. 부처님오신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유엔의 이념에 맞추고 또한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남북평화와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의미에서 각 정당의 중앙사무실에 차별 없이 평화의 불을 밝히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오늘날 현대인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순례는 건강은 물론 봄여름가을겨울 산사의 풍경을 보고 느낄 수가 있어서 좋고, 힐링에도 매우 좋다. 특히 국보와 보물 등 사찰에 있는 한국의 유서 깊은 문화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산사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마음공부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그런 측면에서 산사순례를 계속적으로 활성화할 예정이다.”

정성욱 시인

-동아일보와 부산일보를 통해 등단. ‘스님의 생각’ ‘산사에서 부친 편지’ ‘얼굴’ 등 불교 서적을 집필했다.

#선묵혜자#53기도도량순례#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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