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서역 사람의 부인이 되려고 서역식 화장법을 배우고, 가무하는 여인은 서역 음악과 무용을 열심히 익히네.’
중국 당나라 시인 원진(779∼831)이 지은 시에는 당대 중국인들 사이에서 유행한 호풍(胡風·이민족의 풍속을 흉내 내는 것)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화장, 음악뿐만 아니라 북방과 서역 유목민들의 복식(호복·胡服)이나 남장을 한 채 말을 타는 여인들의 습속까지 따라했다.
최근 개막한 국립진주박물관의 ‘옛 중국인의 생활과 공예품 이야기’ 특별전은 당대 호풍의 생생한 모습을 살필 수 있는 기회다. 남북조 시대에서 당나라에 이르는 옛 중국인들의 생활상을 담은 공예품을 대거 선보인다.
1부에서는 진시황이 사수(泗水)에 빠진 솥을 건지려다 실패한 고사를 담은 무씨사(武氏祠) 화상석 탑본이 전시된다. 한나라 때 매년 섣달 황궁에서 행한 대나의례(大儺儀禮·역귀를 쫓는 신으로 분장해 액땜을 하는 의식)와 연회 장면을 그린 화상전((화,획)像塼)과 화상석((화,획)像石)도 선보인다. 2부에서는 악기를 연주하는 도용(陶俑·사람 모양으로 빚은 무덤 부장품)을 통해 당대 상장의례를 짐작할 수 있다.
3부에서는 호풍을 표현한 도용을 전시해 이민족의 문화를 포용하고 즐긴 당나라의 개방적인 문화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여인들의 화장도구와 그릇은 4부에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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