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마무리’ 오해 우려…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선 중단

김지현기자 , 이샘물기자 입력 2017-03-25 03:00수정 2017-03-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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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등 지난해부터 검토해 온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데다 국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불리한 방향의 상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는 데 따른 부담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4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관련) 법률,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한 뒤 결과를 주주들과 공유하겠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수년간 시장에서 추측성으로 거론되던 지주사 전환을 지난해 11월 처음 공식화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공개적으로 주주 제안을 해오면서다. 당시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어떤 방향도 정해놓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뜻은 주주들이 원하는 대로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이슈가 공론화되자 삼성전자 주가는 무섭게 오르기 시작했다. ‘주가 200만 원’ 시대가 열렸고 시가총액은 290조 원까지 치솟았다. 이달 14일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주주들과 약속한 사안인 만큼 차질 없이 검토해 예정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하자 주가는 다시 한 번 최고가를 찍었다. 그만큼 시장의 기대가 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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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지금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하면 정권이 바뀌기 전에 승계를 마무리하려 한다는 오해가 생기기 십상”이라며 “기대치가 너무 커져 버려 시장에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주기 위해 고심 끝에 주총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 카드를 내려놓기로 한 주요한 배경은 정치권의 움직임이다. 국회가 쏟아내고 있는 지주회사 옥죄기 방안들이 추후 대형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월 “자회사 지분 의무 소유 비율을 높여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주회사가 재벌의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지주회사가 의무적으로 가져야 하는 자회사 지분을 현행 ‘20% 이상’에서 10%포인트만 올려도 지주회사 전환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삼성전자의 경우 30조 원가량이 추가로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야권에서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주회사는 경영권 방어에 더 취약해진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조항이 대표적이다. 일반이사와 감사위원을 따로 선출하면 지주회사는 자회사 감사위원을 뽑을 때 소유 지분과 상관없이 의결권을 3%만 행사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10여 년 전까지 정부가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독려했는데 지금은 정치권이 걸림돌을 만들려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현 지배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날 삼성 지배구조와 관련 있는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삼성SDS 주가는 각각 7.27%, 8.47% 급락했다.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APG)의 박유경 이사는 이날 주총에서 삼성전자가 그동안 해 온 쇄신 노력을 중단하지 말고 추진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이사는 “보통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지금이 이럴 때인가’라는 생각을 하는데 최대한 냉정하게 쇄신과 혁신 모멘텀을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주주들 모두에 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샘물 기자
#삼성전자#승계#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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