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유정기]독점 영장청구권 폐지가 검찰 개혁의 핵심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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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기 변호사 경찰수사연수원 외래교수
유정기 변호사 경찰수사연수원 외래교수
많은 국민이 검찰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 개혁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기존의 검찰권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일각에서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수사는 원래 재판을 위해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고, 재판에 들어가는 사람(검사)이 수사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검사가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검찰 개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다소 위험한 발상이다. 검사가 수사를 좌우한다면 공소제기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무리한 수사를 할 염려가 있고, 수사가 잘못돼도 부당하게 기소를 유지하고 상소를 거듭해 피고인의 인권을 침해할 여지도 있다. 그래서 수사와 재판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오히려 이를 분리할수록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다.


검사가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 또한 중요한 문제다. 흔히 동일한 자격이 있는 검사와 판사가 두 번 심사하게 되니 인권을 중첩적으로 보호하는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그럴듯한 논리로 보이지만 과연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온갖 부정의 씨앗을 남겨 두는 것인지 따져 봐야 한다.

검찰은 현행법상 수사기관이다. 영장청구권과 더불어 수사권과 기소권을 쥐고 있는 것이 검찰 권한의 핵심이다.

헌법의 영장주의는 인신 구속 여부를 사법부가 통제하는 것을 의미하지, 법관에게 가는 길목을 검사만이 지키고 있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길목에 있는 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누가 수사를 할 수 있을까. 진경준 검사장, 홍만표 변호사, 김형준 부장검사 등 일일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셀프 수사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검찰을 성역으로 만드는 근본 이유다.

그런데 검찰이 제시한 개혁안은 헌법에 검찰총장 임명 절차를 넣고, 임기를 연장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한다. 이른바 ‘헌법 규범화’와 ‘검찰 독립론’이다. 권한 분산은 없고, 오히려 다시는 개혁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조직을 헌법에 규정하려 한다. 지금도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문제인데, 나아가 국회도 대통령도 건들 수 없는 그런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

검찰 개혁 요구는 권한 독점으로 인한 폐해에서 시작됐고, 개혁의 핵심은 권한 분산에 있다. 2000명의 검사 중 54명이 차관급인 검찰이 어떻게 하면 권한을 통제받는 국가기관으로 거듭날지를 논의해야 한다. 국가 기관들이 서로 감시하는 기제가 작동되면 부패의 사각지대가 줄어든다. 그 사각지대 안에 있던 전관예우, 정경 유착, 온갖 비리들을 우리는 사람의 선의가 아닌, 제도와 법령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 완벽한 시스템은 없더라도, 바람직한 구조는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이고, 검사 독점 영장청구권의 폐지이다.
 
유정기 변호사 경찰수사연수원 외래교수
#독점 영장청구권 폐지#검찰 개혁#헌법 영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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