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아쉽게 불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600여 년간 서울을 둘러싸고 자리를 지켜 온 건축물인 한양도성(사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지 못하게 됐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자문 심사 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로부터 최근 한양도성의 등재 불가 판정을 통보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이코모스는 14명으로 구성한 전문가 패널 심사를 통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이에 따라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도 철회하기로 했다.

이코모스는 각국이 등재하려는 유산을 심사해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네 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선택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해당 국가에 전달한다. 등재 불가 결정을 받으면 사실상 등재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코모스로부터 ‘반려’ 판정을 받은 ‘한국의 서원’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등재를 추진하던 유산을 세계유산위원회 회의 본선에 올리지 못하게 됐다. 영주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정읍 무성서원 등 9개 서원을 묶은 ‘한국의 서원’은 서원들 사이의 공통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1995년 주민들의 등재 반대 움직임에 부닥쳤던 ‘설악산 자연보호구역’, 2009년 ‘등재 불가’ 판정을 받은 ‘한국의 백악기 공룡 해안’을 포함하면 이번이 네 번째 자진 철회다.

문화재청 측은 “한국 고유의 사상인 성리학과 풍수를 근간으로 자연 지세를 살려 축성된 한양도성은 진정성, 완전성, 보존 관리 계획 등에서 충분한 요건을 갖췄지만 다른 나라의 세계유산 도시 성벽과 비교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측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심사가 엄격해졌다. 앞으로 더 면밀하고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한양도성#유네스코 세계유산#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