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패트릭 크로닌]韓美동맹의 본질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 입력 2017-03-03 03:00수정 2017-03-03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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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 맞은 한미동맹 일부서 파국 우려 있지만
동맹은 전쟁 위협에 맞서는 것 북한 위험 존재하는 한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듯
비이성적 논쟁 줄이고 대화와 인적교류 늘려야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
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 온 미국 전직 정보기관 요원이 얼마 전 미국의 아시아권 동맹이 2020년경에는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한미 동맹은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맞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필자도 잘 아는 이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한미 양국 모두 정치적 격변기를 보내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예상은 빗나갈 것 같다.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한미가 왜 그동안 이 같은 동맹 관계를 맺어 왔는지에 대한 통시적 고찰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했다고 나는 본다.

영국의 전 외교장관 헨리 템플은 국가 간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으며 오직 이익만이 관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물론 한미 동맹의 미래를 누구도 명확하게 내다볼 수는 없다. 동맹이라는 것도 갑자기 흐트러질 수 있는 그런 성격의 것이다.

하지만 한미 동맹은 다른 동맹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가 겹쳐져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바로 북한 변수 때문이다. 한미 동맹은 1950년 6·25전쟁 발발 이후 북한이라는 변수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점차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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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돌아가신 내 삼촌인 리처드 바숑은 10대에 낙하산 부대에 자원해 6·25전쟁에 참전했다. 북한에 투입됐던 부대원 중에 혼자 살아남았다. 이렇게 피로 맺어지고 다양한 이해가 중첩된 한미 동맹은 그동안 양국의 정치적 지형이 격동해도 꾸준히 유지돼 왔다.

동맹이란 기본적으로 공동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기 위해 형성된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소련(지금은 러시아) 때문에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것과 마찬가지다.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의 서진(西進)을 막기 위해 창설됐지만, 소련 해체 후에도 여러 다른 목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워싱턴 일각에선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늘리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미국이 방위 공약을 수정하거나 나토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고 전망하는데 이는 군사동맹의 존재 이유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나토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다시 유럽을 위협하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같은 이유로 누군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한미 동맹이 위축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북한이라는 변수를 두고 있는 한미 관계의 복잡한 성격과 역사적 맥락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한미의 정치적 상황은 복잡하다. 미국은 트럼피즘이라는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있고, 한국도 조만간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될 경우 조기 대선이 실시되고 진보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럴 경우 지금보다 ‘감성적인’ 목소리가 한미 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의 진보 정권은 지금보다 더 남북 대화에 치중하고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과정 등에서 무리한 요구를 해 파열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없지 않다. 한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신(新) 미일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처럼 밀접한 동맹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한미 양국의 이런 정치적 변수가 과연 한미 동맹의 존재 이유를 흔들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럴 리 없을 것이다. 위기의 순간을 맞으면 이 같은 감성적 발상은 이성적 판단을 흔들 수 없다. 오히려 북핵 위기가 다가오면 한미 양국은 비이성적 논쟁을 줄이게 될 것이다.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양국의 정치, 경제적 대화는 물론이고 인적 교류를 더 늘려야 한다.

글로벌 지형이 복잡해질수록 핵심 동맹의 가치는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북핵 위협이 상존하는 한, 한미 동맹은 워싱턴과 서울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보험으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
#한미 동맹#미국 우선주의#한미 자유무역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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