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입김’ 제거 나선 시진핑… 1인 독주 체제 줄달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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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 계열 ‘장쑤방’ 척결 나서… 시진핑 최측근 왕치산 진두지휘
후진타오의 ‘공청단’은 이미 제압
‘퇴직 지도자 특혜 철폐’ 규정…사실상 장쩌민 직접 겨냥한 것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11월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1인 지배 체제에 바짝 고삐를 죄는 가운데 이번에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계열인 장쑤방(江蘇幇·장쑤 성 출신 정재계 인맥) 척결 작업에 착수했다.

 선봉에는 내년 당대회에서 68세 나이 제한에도 불구하고 정치국 상무위원 유임 및 총리 발탁설까지 나도는 왕치산(王岐山)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나섰다. 8일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왕 서기가 5, 6일 장쑤(江蘇) 성 전장(鎭江) 시에서 열린 조사연구 및 좌담회에 참석했으며, 이는 장쑤방 잔당 제거를 겨냥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명분은 부패척결을 위한 시찰 활동이지만 사실상 장쑤방 척결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둬웨이는 “왕 서기의 장쑤 성 방문의 주요 목적은 ‘장쑤방 여독(餘毒)’을 철저하게 제거하는 것으로 장쑤 성 관가를 개혁해 기율을 세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전 주석계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계열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함께 중국의 주요 정치적 인맥으로 상하이(上海)방과 장쑤방으로 나뉜다. 장 전 주석의 고향이 장쑤 성 양저우(揚州)다.

 장쑤방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지금까지 낙마한 지도자 가운데 최고위직은 2014년 12월 체포돼 당적이 박탈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다. 그는 장쑤 성 우시(無錫) 출신이다. 이어 올 1월 조사에 들어가 구속 수감된 양웨이쩌(楊衛澤) 난징(南京) 시 서기와 2013년 11월 낙마한 지젠예(季建業) 전 난징시장, 지난해 3월 조사에 들어간 추허(仇和) 윈난(雲南) 성 부서기 등이 대표적인 장쑤방이다.

 올해 3월 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 직전 랴오닝(遼寧) 성 인민대표대회 대표 부정 선거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된 왕민(王珉) 전 랴오닝 성 당서기는 장 전 주석의 처조카다.

 시 주석이 장쑤방에 정면으로 칼끝을 겨누는 것은 군부 등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최대 정치적 라이벌인 장 전 주석 계열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시 주석은 올해 5월 공청단 예산 50% 삭감과 중앙서기처 대폭 축소 조치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속한 공청단 계열에 대한 기선은 이미 제압했다. 8월 18기 6중전에서 시 주석이 ‘핵심(核心)’ 지위에 오른 데 따른 자신감도 한몫했다. 지난달 30일 시 주석 주도로 ‘퇴직 지도자는 집무실을 비워야 하고 기준을 초과해 관용차를 사용해서도 안 된다’는 특혜 철폐 규정을 마련한 것이 장 전 주석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장 전 주석은 2002년 제16차 당대회에서 후 전 주석에게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직을 이양한 후에도 1년 6개월이나 중앙군사위 주석을 차지했다. 또 후 전 주석 시절에도 저우 전 상무위원과 쉬차이허우(徐才厚·사망) 전 군사위 부주석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 ‘상왕(上王)’으로 군림해 왔다.

 장 전 주석의 심복이던 저우 전 상무위원이 부패비리 혐의로 숙청된 배경에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 등과 함께 시 주석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모반을 꾀하다 실패한 것이 이유라는 설도 끊이지 않는다. 처절한 권력투쟁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시진핑#장쩌민#독재#장쑤방#후진타오#공청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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