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0년전 그자리에… 손기정 동상 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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駐독일 한국대사관에 있던 동상, 베를린올림픽 경기장 500m밖 설치
가슴에 선명한 태극기… 12일 제막

2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옛 올림픽 마라톤 코스에 설치된 손기정 선생의 동상. 손기정기념재단 제공
2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옛 올림픽 마라톤 코스에 설치된 손기정 선생의 동상. 손기정기념재단 제공
 손기정 선생(1912∼2002)이 금메달을 땄던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코스에 손 선생의 동상이 세워졌다.

 4일 외교부와 손기정기념재단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간) 베를린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손 선생의 마라톤 우승 당시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이 설치됐다. 일장기 대신 태극기가 선명히 새겨진 동상이다. 동상이 세워진 곳은 80년 전 손 선생이 달렸던 마라톤 코스다.

 이에 앞서 정부는 올 8월 손 선생의 동상을 설치하기 위해 독일 정부와 3차 협상을 시작해 지난달 마무리했다. 당초 우리 측은 2010년 올림픽 주경기장 근처에 동상을 설치하려 했다. 독일 측은 난색을 표하며 올림픽기념관 내부를 제안해 협상이 계속 지연됐다. 올해 80주년을 맞아 우리 측의 끈질긴 설득에 독일 측이 현 장소를 제시해 합의에 이르렀다.

 이로써 제작 후 6년간 주독일 한국대사관에 있던 동상은 2일 설치 장소로 옮겨졌다. 이곳은 베를린 시 스포츠협회 관할 구역으로 시 차원의 유지 관리가 가능하다. 공식 제막식은 12일 열린다. 행사에는 손기정기념재단 이사장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을 비롯해 한국대사관과 문화원 관계자, 랄프 빌란트 베를린 시의회 의장과 베를린 시 고위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기념사진전 ‘위대한 발걸음(Great Step)’도 열린다. 손 선생의 외손자인 이준승 기념재단 사무총장은 “비운의 스포츠 영웅을 기리자는 순수한 의미를 강조한 것이 결실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 등에 등재된 ‘일본 선수 기테이 손(Kitei Son)’ 표기를 고치는 사업도 본격화된다. 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김성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 손기정 선수의 대한민국 국적 및 한글 이름 표기 촉구를 위한 결의안’이 통과됐다. 김 의원은 “베를린에 1936년 올림픽 참가 선수를 기리는 시설물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동상 설치의 의미가 더욱 크다”며 “앞으로 IOC와 국제 사회를 대상으로 손 선생 국적과 한국 이름 회복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손기정#베를린올림픽#마라톤#독일 한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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