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대상에 맡긴 검증 칼자루… 문체부TF 한달째 겉돌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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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차은택 사업 점검 TF… 외부 인사 없이 문제 간부들로 구성
차관인 팀장부터 ‘블랙리스트 의혹’… 발족 한달 넘도록 감찰결과 못 내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1일 ‘최순실 차은택 관련 문제 사업’을 점검하기 위해 발족시킨 특별전담팀(TF)이 의혹 당사자인 간부들로 구성돼 한 달이 넘도록 별다른 감찰 결과도 내놓지 못하고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TF를 통해 외부 개입 및 사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 확인된 사업은 과감히 폐지하고, 관련 직원은 인사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체부가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유은혜 의원실에 최근 제출한 TF 자료에 따르면 문제 사업에 관여했던 당사자들에게 ‘개혁의 칼자루’를 쥐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TF는 정관주 1차관을 팀장으로 주요 실장급 간부 6명으로 구성됐으며, 객관적으로 점검할 외부 전문가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TF 팀장인 정 차관부터 대통령국민소통비서관 재직 당시 예술인의 좌우 이념 성향을 분석한 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박영국 국민소통실장은 2014년 말 콘텐츠정책관으로 일할 때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채용 심사 과정에서 송성각 전 원장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재원 체육정책실장도 장시호 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의혹 사업의 책임자다.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한 윤태용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미르재단 설립 허가와 문화창조융합벨트, 콘텐츠진흥원에 대한 예산 지원 및 관리감독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TF 회의록에 따르면 정 차관은 11월 1일부터 총 14번 열린 회의 중 절반이 넘는 8번의 회의에 불참했다. 간사를 맡고 있는 송수근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1급 실장급 간부들이 전원 불참한 회의도 2차례나 있었다. 문체부는 “내년 예산 심사 등으로 인해 간부들이 국회에 대기하거나 서울 사무소에 가느라 참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회의 내용도 부실했다. TF는 초창기 ‘최순실 차은택 관련 사업’ 자체 예산 삭감 논의가 벌어진 1∼5차 회의까지만 1급 간부들이 참석해서 열렸을 뿐이다. 이후 9차례 열린 회의에서는 주로 담당 국·과장들이 모여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에 그쳤다.

 조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18개 의혹 사업 중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뮤지컬 ‘원데이’ 지원 사업 등 4개 사업에서만 문제가 드러나 특별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 장관은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설립 허가,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사업 등 핵심 의혹들에 대해선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혀 질타를 받았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2일 “TF에 의혹 사업 책임 간부들이 대거 참여했다. 자체 감사가 면피용 조사로 흐를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최순실 차은택 관련 문제 사업#조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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