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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토요판 커버스토리]트럼프 격랑, 흔들리는 세계질서

입력 2016-11-12 03:00업데이트 2017-01-1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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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석학에게 듣는다]조너선 폴락 브루킹스硏 한국석좌
“트럼프, 손해보는 장사 안해… 아시아 중시 전략 이어질것”
《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치 아래 보호무역주의와 함께 대외적 개입을 줄이는 고립주의 성향의 외교정책 기조를 밝혀 온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글로벌 정치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리더십 변화는 자유무역과 민주주의 확산,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세계평화 유지 등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질서를 크게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 온 아시아 중시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트럼프가 이끌 미국호(號),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
 
조너선 폴락
“한국 정부는 안팎의 모든 채널을 동원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네트워크 강화에 힘써야 한다. 새 행정부 출범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이 한미동맹의 미래를 좌우할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대행 겸 선임연구원(69)은 미국 대선 다음 날인 9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트럼프가 한미동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미국의 이익에 반(反)한다면 주한미군 철수를 감행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속내를 100% 알기 어렵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본인도 어떻게 동맹관계를 설정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락 석좌는 그러나 트럼프 시대 한미관계의 또 다른 쟁점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이슈에 대해서는 “비즈니스맨 출신인 트럼프의 제1원칙이 ‘협상을 통한 더 나은 결과물 산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실제로 한미 양국은 2017년 방위비 분담금 이슈를 재협상해야 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도 딱 맞아떨어진다. 아마 지금보다는 분담금을 더 늘리려 할 것이다. 실제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도 대선 기간에 동맹들의 방위비 분담 증액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 대해서는 “최대 외교 현안 가운데 하나지만 역시 취임 후에나 본격적으로 구체화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트럼프는 이 문제와 관련해 대선 과정에서 적극적인 군사·외교적 개입과 김정은과의 대화를 통한 극적인 ‘그랜드 바겐세일’을 노릴 가능성도 내비쳐 왔다.

 워싱턴의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실에서 만난 폴락 석좌는 트럼프 당선인이 아시아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는 원고를 다듬고 있었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아시아 전문가이자 여야를 넘나들며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지한파(知韓派)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아시아재균형 정책)’을 공론화하기 이전인 2006년 자신의 저서 ‘한국, 동아시아의 중심축 국가(Korea-The East Asian Pivot)’를 통해 ‘pivot’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재균형 정책’을 이어갈 것인가.


 “오바마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었던 트럼프 당선인이 이 정책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됐어도 이름은 바꾸었을 것이다. 다만 아시아는 미국에 가장 중요한 단일 지역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도 이곳에서 미국의 힘을 더 발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큰 틀에서 ‘아시아 중시’ 정책은 이어질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일단 ‘고립주의’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아시아를 중시하면서도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

 “‘미국 우선주의’는 외교 구상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국내 정치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인들에게 ‘당신들에게 더 신경을 쓰겠다’는 메시지를 ‘미국 우선주의’라는 구호에 담아낸 것이다. 눈여겨봐야할 것은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라는 사실이다. 원칙을 정해 놓고 모든 이슈를 그 틀에서 해석하기보다는 협상과 거래(deal)를 통해 순간순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이다. 정권 인수 기간에 아시아가 미국에 주는 전략적·지정학적 가치를 지금보다 더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런 가치는 트럼프가 중시하는 돈 문제로도 직결된다. 아시아에서의 ‘고립주의’는 트럼프에게 손해 보는 장사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남중국해 이슈, 북핵 해법을 놓고 미중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미중 관계는 어떨 것인가.


 “미국의 힘은 정체되거나 줄어들었지만 중국은 굴기(굴起)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수직상승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글로벌 패권을 놓고 파열음은 불가피했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을 지나치게 적대시해 왔다. ‘중국이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 우리를 강간하고 있다’고 말했고, 논란의 소지에도 중국을 명백한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했다. 관건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어떻게 나올지에 달려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처럼 ‘신형 대국(大國) 관계’를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밀어붙인다면 집권 초반 마찰은 불 보듯 뻔하다. 평생 사업을 하며 경쟁해 온 트럼프가 초반부터 기 싸움에 밀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 조너선 폴락 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대행 겸 선임연구원

△ 미시간대 정치학 박사, 하버드대 박사후연구원
△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대행 겸 선임연구원
△ 저서 ‘한국, 동아시아의 중심축 국가’
  ‘출구가 없다-북한과 핵무기, 국제 안보’ 등


● [美-日 석학에게 듣는다]구보 후미아키 도쿄대 교수


 
구보 후미아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가장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의 동맹을 국가의 기본으로 생각하는 일본이다. 일본은 트럼프의 당선에서 어떤 위기를 느끼고 기회를 찾아내고 있을까. 10일 일본 내 미국 연구 일인자로 꼽히는 구보 후미아키(久保文明·60) 도쿄대 교수에게 들어봤다.
 ―아베 신조 총리의 행보가 예상보다 빠르다.

 “잘하는 일이다. 트럼프의 유세 과정에서 언동을 보면 무지에 기초한 것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벌써부터 이 기회에 자주국방을 하자는 말이 나오는데….

 “미일 동맹 강화를 위해 애써 왔던 일본으로서는 트럼프 정권 탄생은 충격이다. 정면에서 동맹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이 민주적 프로세스로 당선됐다. ‘미국에 의존할 수만은 없다. 일본은 일본대로 국토를 지키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다만 개헌을 한다고 해도 중국 한국이 우려하는 것처럼 일본이 과거의 제국주의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평화 외교나 방위 위주의 방침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자신의 주장을 실행에 옮기면 세계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직은 어떤 판단도 성급하다. 우선 어떤 인물이 관료나 측근이 되느냐, 특히 국방장관, 국무장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을 누가 맡느냐를 봐야 한다. 그의 주변에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 존 볼턴 전 유엔대사,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트럼프와 달리 국제주의자이고 매파다. 이런 사람들이 외교 안보를 맡게 된다면 한국이나 일본도 한숨 돌릴 수 있다. 가령 깅리치 같은 사람은 미일 동맹,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이들에게 정책 운용을 전적으로 맡길 것인가도 관건이다. 일일이 끼어들어 자기 생각을 실현하려 한다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유업(遺業)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트럼프 집권으로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TPP가 무산되면 아시아 재균형 정책도 힘이 빠지는 것 아닌가.

 “TPP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중핵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TPP 없이도 정치, 외교 안보에만 한정된 아시아 재균형은 성립 가능하다. 물론 함께할 경우 더욱 강력하다. TPP에는 중국 주도의 국제통상 질서는 곤란하다는 안전보장상의 함의가 들어 있다.”
 ―자국 제일주의, 고립주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은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는데….

 “경제 문제가 크다. 일자리가 줄고 격차 문제가 더해지고 계층이 고정화되고. 여기에 불법이민 문제가 기폭제가 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의 경우도 같았다. 이 과정에서 엘리트가 국가의 장래를 결정할 힘이 약해진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글로벌리즘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사실 세계화는 강자의 이론이고 엘리트의 이론이다. 현실에서는 하나의 정책에 의해 돈을 더 버는 사람, 피해 보는 사람이 엇갈린다. 루저(loser)가 되는 사람의 불안과 분노, 여기에 대한 배려와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중국은 트럼프 당선을 은근히 반기는 것 같다.

 “트럼프의 언행을 보면 중국에 대한 비판은 통상정책에 한정돼 있다. 중국 입장에선 통상에서 조금만 양보하면 남중국해 패권 확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할 것이다. 지금 일본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실시했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트럼프 정권이 중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는 일본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인데, 볼턴이나 깅리치가 전면에 나서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밖에서 보자면 한국이 중국에 대해 너무 기대를 하거나 낙관적 이미지를 갖는 것 같아 위험해 보인다. 중국과의 경제 교류는 미국도 일본도 하고 있지만 과도한 의존은 안 한다. 한국과 중국의 안전보장의 기조는 전혀 다르다.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한국에 생산적이고 국익에 부합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도 상황을 보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속이기 쉬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국제 정세하에서 행동할 찬스라고 오판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더욱 한미일 협력 태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구보 후미아키
도쿄대 교수

△ 도쿄대 법학 박사
△ 쓰쿠바대 교수, 게이오대 교수
△ 미국학회 회장, 일본국제포럼 정책위원
△ 저서: ‘미국에게 동맹이란 무엇인가’ ‘미국 정치를
  지탱하는 것―정치적 인프라스트럭처 연구’ 등 다수.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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