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온라인 진로멘토링, 교육혁신의 첫발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기고 진미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20여 년간 지식과 기술, 컴퓨터의 발전은 교육 현장에 많은 변화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만 보더라도 앞으로 우리 지식의 발전모습 또는 지식을 매개로 하는 교육, 학습의 방법에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변화’라는 태풍이 불어오고 있지만, 아직도 학교현장은 잔바람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최근 중학교 한 학기 동안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과 끼를 발현하고 체험해보도록 하자는 자유학기가 시행되고 있지만, 그 바람은 미약할 뿐이다. 교육혁신은 변화에 대한 소극적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인 발전의 책략이 되어야 하고, 특히 태풍에 취약한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2013년도부터 실험적으로 시도된 온라인 실시간 원격영상 진로멘토링 사업은 교육혁신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했다고 본다. 수업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다양한 직업세계에 종사하는 멘토와 농산어촌 학생들을 연결하는 것은 물리적 환경이나 문화적인 토대가 취약한 농산어촌 학생들의 교육기회 불평등 문제를 직접 해소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은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만나기도 어려운 멘토들과의 수업에서 다양한 일과 진로의 세계가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경북, 전남, 강원도 등 다양한 지역의 학생들이 동시간에 같은 멘토와 수업하며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고, 학급 공간을 넘어 새로운 조합의 커뮤니티를 경험하게 된다.

 원격영상 진로멘토링은 57개 학교에서 시범 실시됐으나 지속적인 확대로 현재 1900여 학교를 대상으로 약 4000회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직업의 멘토도 500여 명에 달한다. 이렇게 여러 일의 세계를 경험하고, 학습은 유연하고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일은 미래세대를 살아가는 농산어촌 학생들에게 중요한 경험이 된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다양한 분야의 멘토 확보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체, 공공기관 등이 청소년 교육을 위해 적극 협조할 수 있도록 의식 제고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역량 확보를 위해 국내외 여러 나라에서 발굴해야 한다.

 수업 형태도 혁신이 필요하다. 새로운 분야의 직업인들을 소개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넘어 실제 체험 가능한 여러 형태의 수업모형 개발이 필요하다. 수업혁신이 학습효과로 이어지도록 교사의 전문성과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 지원과 교사의 노력도 필요하다. 원격영상 진로멘토링은 한국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활용한 교육혁신의 사례다. 이 모형을 더 발전시켜 한국 외에도 전 세계 교육혁신의 선도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진미석#한국직업능력개발원#멘토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