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은 작년 10월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들에 협조 공문을 보낸 뒤 48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현판식까지 마쳤다. 기동작전 같은 설립 과정이 그간 국감에서 드러났다. 최 씨가 단골로 드나드는 스포츠마사지센터의 원장이 K재단 2대 이사장을 맡아 배후에 최 씨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두 재단이 박 대통령 사저(私邸)와 가까워 대통령 퇴임 후를 준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 씨와 가깝고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린다는 차 씨는 전 문체부 장관이 스승이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은 외삼촌이다. 그가 미르재단 이사진 선임을 주도하고 사무실도 자기 후배 이름으로 빌렸다고 한다. 그가 주관하던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사업에 한국관광공사가 171억 원을 지원했고 기획재정부는 이 예산 증액 요청을 하루 만에 승인했다. 올 5월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때 체결된 K타워 관련 양해각서에 생긴 지 1년도 안 된 미르재단이 추진 주체로 등장한다. 이쯤 되면 근거 없고 무책임한 의혹 제기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박 대통령의 사촌형부가 대표로 있는 동양물산이 기업의 인수합병을 촉진하기 위한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의 첫 수혜자가 됐다는 것도 개운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동양물산의 산업은행 자회사 인수가 특혜가 아니라지만 국민의 시선은 다르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다섯 번째로 최저치인 29%(한국갤럽 7일 발표)로 떨어진 것도 이런 의혹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정서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역대 어느 정권이나 임기 말 대통령의 레임덕은 측근과 친인척 비리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잊고 있다면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