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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단독]대우인터내셔널 사기로 390억 날려 그 뒤엔 직원-중개업자의 ‘짬짜미’

입력 2016-08-25 03:00업데이트 2016-08-2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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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독버섯처럼 퍼진 모럴 해저드]
직원 2명, 미수금 문책 피하려 공모… 업자 “장비 해외수출” 속여 대금 챙겨
공적자금 3800억 투입된 기업서… 내부관리 제대로 못해 비리
옛 대우그룹의 계열사였던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에서 직원이 개입된 해외 거래 사기로 인해 수백억 원대의 손실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6월 대우조선해양의 차장급 직원이 200여억 원을 횡령해 논란이 된 데 이어 대우인터내셔널에서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인한 대형 손실이 생기자 옛 대우그룹 계열사 등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해외거래 사기당해 약 400억 원 손실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부장 노정환)는 유가증권 등을 위조해 대우인터내셔널을 속인 뒤 물품대금 명목으로 총 390여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및 유가증권 위조 등)로 견모 씨(51)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카자흐스탄에서 중장비를 구입해 다시 해외로 수출하는 중장비 중개업체의 대표인 견 씨는 해당 장비를 구매하지도 않고 선하증권 등을 위조해 장비를 산 것처럼 꾸며 대우인터내셔널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대우인터내셔널 직원이 부정(不正)에 공모했다는 점이다. 중장비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두 명은 2013년 10월 미수금 20억 원이 발생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우선 허위로라도 수출한 것처럼 하자”라는 견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회사 직원은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허위 수출계약임을 알면서도 계속 ‘돌려 막기’를 하면서 17회 더 대금을 지급했고 이 과정에서 미수금 규모가 390여억 원으로 불어났다는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 내부에서는 지난해 말 자체 감사를 통해 확인하기 전까지 자금이 새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 담당자 두 명이 결정하고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이 처리되는데 이를 확인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뒤늦게 내용을 파악하고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부당 이득을 취득한 점, 피해 회복 노력이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있다. 견 씨와 직원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익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직원 두 명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 독처럼 퍼져 있는 모럴 해저드

이번 사건은 기업 전반에 퍼져 있는 모럴 해저드와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무책임의 극치’가 결합된 산물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대우인터내셔널은 단순한 사기업이 아니다. 대우그룹 해체 후 몰락하던 기업에 3870억 원이라는 공적자금이 수혈돼 다시 살아난 기업이다. 2010년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포스코에 팔면서 공적자금을 전부 회수했다. 그렇더라도 당시 세금 지원이 대우인터내셔널의 회생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경영 전문가들은 “공적자금으로 살아난 기업에서 이토록 허술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우조선해양같이 대우그룹의 몰락 후 살아남은 계열사 곳곳에 모럴 해저드가 독처럼 번져 있다”고 비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 로비부터 시작해 분식회계, 횡령 등 온갖 비리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내부 통제가 전혀 안 돼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며 “자금 신청, 승인, 집행, 감사의 업무를 각각 분리해 공모에 의한 부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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