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1000명이 함께 연주하는 교향곡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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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개관한 롯데콘서트홀에서 임헌정 지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25, 27일 말러의 대작인 교향곡 8번(1906년)을 연주합니다. ‘1000인의 교향곡’이라는 별칭대로 오케스트라와 성악 솔로 8명, 합창단을 포함해 약 1000명의 연주자가 출연한다고 합니다. 이 홀의 객석 수가 2036석이니 연주자 한 사람당 청중 두 명꼴이군요.

워낙 규모가 큰 곡이지만 말러가 터무니없는 일을 벌인 것은 아닙니다. 오케스트라는 5관 편성(목관악기 1종당 연주자 다섯 명)으로 표준적인 2관 편성보다 2∼3배의 연주자가 필요하지만 이는 말러 시대에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입체적 효과를 내기 위해 큰 합창단 두 개를 배치했고, 순진무구한 소리를 위해 어린이합창단도 필요했겠죠. 말하자면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내고 싶은 소리를 다 내보려’ 한 것일 뿐, 숫자로 압도하려는 생각은 아니었던 겁니다. 실제로 이 곡은 300명 정도의 인원으로도 연주 가능하고, ‘1000인의 교향곡’이라는 별명도 말러 자신이 아니라 공연 기획자가 붙인 것입니다.

이 곡 이외에 많은 연주자가 필요한 곡으로는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먼저 아널드 쇤베르크의 칸타타 ‘구레의 노래’(1911년)가 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말러 교향곡 8번보다 약간 큰 규모이며, 혼성합창단 1개 외에 남성합창단 3개가 참여하도록 지정되어 있습니다. 자연히 이 곡 연주도 1000명을 훌쩍 넘어가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들보다 80년이나 앞선 대규모 작품이 있습니다.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죽은 자를 위한 대미사곡’(1837년)입니다. 이 곡은 4관 편성 오케스트라에 합창단 210명이 필요합니다. 숫자만으로는 말러나 쇤베르크의 대곡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이 곡을 연주하려면 앞의 두 곡 못잖게 골치가 아픕니다. 정규 오케스트라 외에 연주장 동서남북에 각각 8∼12명으로 구성된 금관 합주단을 배치하고, 타악기는 팀파니 10명, 큰북 2명, 심벌즈 10명, 탐탐(큰 징) 4명이 각기 별도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 많은 악기가 동시에 울리는 음향은 ‘굉음’에 가깝기로 유명합니다. 실제 베를리오즈 생전에 연주자 수를 늘려 800명에 가까운 인원으로 연주한 기록도 있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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