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수도승처럼 음악에 바친 30년… 결혼? 하산한 지 오래됐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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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부터 한국서 데뷔 30주년 기념공연

조수미는 세계무대 데뷔 30주년 무대를 ‘연애’라고 표현했다. 그는 “사랑하면 투명해진다. 속이거나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 관객과 연애하는 마음으로 30년간 키워온 내 사랑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조수미는 세계무대 데뷔 30주년 무대를 ‘연애’라고 표현했다. 그는 “사랑하면 투명해진다. 속이거나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 관객과 연애하는 마음으로 30년간 키워온 내 사랑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한국은 많이 덥다면서요? 건강 조심하세요.”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소프라노 조수미(54)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를 건네자 상냥한 답변이 돌아왔다. 올해는 그에게 의미가 깊은 해다.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데뷔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라 프리마돈나’를 25일 충북 충주를 시작으로 26일 전북 군산, 28일 서울, 30일 경남 창원, 9월 1일 경기 이천, 안양(3일)에서 갖는다. 또 30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음반도 23일 발매했다.

30년간 한결같이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그는 ‘헌신’을 꼽았다. “일에 나 자신을 바치고, 하루하루 노래와 음악만을 위해 살아왔죠. 정말 사는 재미가 없다고 느낄 정도로요. 연습할 것도, 지켜야 할 것도, 관리해야 할 것도 어찌나 많은지…. 수도승 같아요.”

다시 시계를 30년 전으로 돌린다면 그는 ‘절대’ 성악가의 삶을 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나마 제게 음악적 재능이 있어서 다행이죠. 겉으론 자신만만하게 보여도, 속으론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을 하는데요. 그게 너무 힘들어 다시 선택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는 빡빡한 공연 일정 속에서도 빼먹지 않고 하는 활동이 한국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이라고 말한다.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등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스포츠·문화 행사에 수시로 홍보대사를 맡았다. “해외에서 오래 살다 보니 본인이 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라가 잘되는 것도 중요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한국을 홍보할 기회가 주어지면 마다하지 않았죠.”

앞으로 40주년, 50주년 무대도 볼 수 있을까? “10년, 20년 뒤에는 전성기가 아닐지 몰라도 지금처럼 잘 관리해 그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하지만 무대에 섰을 때 더 이상 관객이 감동을 받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과감히 떠날 거예요.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이죠.”

아직 그는 미혼이다. 데뷔 25주년 때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결혼에 대해 “하산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하산한 지 오래됐어요. 이제 시간도 없고, 생각도 하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운데요. 엄청 부러워요.”

그 때문에 그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자주 한다. “친구가 많이 없다 보니 SNS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일상을 보고 있어요. 제한된 내 생활과 달리 보통 사람들이 올리는 사진과 글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아요. SNS는 저에게 오아시스죠.”

이번 30주년 무대는 피아노 반주와 그의 목소리로만 꾸며진다. 오페라 ‘마농레스코’ 중 ‘웃음의 아리아’, ‘리골레토’ 중 ‘그리운 이름이여’ 등 소프라노 레퍼토리와 ‘가고파’ ‘꽃구름 속에’ 등 한국 가곡도 준비했다.

“제게 가장 중요한 무대는 한국이에요. 이번 공연은 예술가로서 어디에 와 있는지 확인하고, 관객이 증인이 되는 무대죠. 30년 된 오랜 커플이지만 설레는 느낌으로 무대에 설 것 같아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조수미#라 프리마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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