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용하]섣부른 가계부채 대책으로는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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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급증의 일차 원인은 초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부양
부동산 경기 시각차로 부채 해법 갈등 겪고 있지만 대출연체율 줄고 저축률 늘어
설익은 부동산 억제 대책보다 유동성 투자처와 경로 혁신해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가계부채에 비상이 걸렸다. 2016년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223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조4000억 원이 증가했고, 박근혜 정부 취임 이후 (2012년 말 대비) 259조9000억 원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12년 83.9%에서 2015년에는 91.3%로 높아졌다. 절대적인 규모도 문제지만 증가 속도가 더 큰 문제다.

최근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는 일차적으로는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에 부동산 경기가 결합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3%이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수차례의 인하를 거듭하여 1.25% 수준으로 하락했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주택경기 부양 정책에 힘입어 노무현 정부 이후 침체되었던 건설 경기가 거의 10년 만에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2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이후 은행권 신용대출의 증가세는 둔화되었지만,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은 오히려 더 증가해 대출하는 사람을 더 나쁜 금리 조건으로 내몬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팀 출범 직후인 2014년 8월 초이노믹스의 일환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 60%로 완화했고, 당초 한시적 완화 조치로 시작했던 것을 지난해에 이어 금년 8월에도 1년 더 연장한 것에 비춰 볼 때,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축소하고자 하는 정부 의지가 강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가계부채의 급증 현상을 두고 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대책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현재의 부동산 경기에 대한 시각차 때문이다. 경제 부처는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 상황에서 건설 투자마저 차갑게 바뀔 때 나타날 수 있는 경제적 파급 효과에 부담감을 갖고 있다. 반면, 통화당국은 현재의 가계부채가 저금리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금리가 상승 국면으로 전환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에 기초한 저금리와 이에 기초한 경기 활성화는 단지 우리나라에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 경색에 빠진 각국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낸 양적완화 정책이 유동성 장세를 시현하고 있고, 미국은 이에 의존한 경기 부양 효과의 부정적 요인을 사전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경제에 대한 악영향 가능성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계부채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제2금융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2010년까지 감소 추세에 있던 가계저축률이 2011년 3.86%, 2013년 5.60%, 2015년 8.82%(추정치)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소득 증가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소비를 줄인 것으로 보이지만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를 다소 완화시키는 지표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부동산 경기를 잡기 위해서 그토록 애썼지만 잡지 못했고, 반대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한 경험으로 볼 때 어중간한 정부 정책으로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경기는 거의 10년 동안 얼어붙었던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매입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는, 지나친 부동산 침체로 인한 전세금의 지속적 상승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더욱이 수도권에서 불기 시작한 부동산 경기가 아직 지방까지 확산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섣부른 억제 대책이 경제 회생의 명맥마저 끊어 놓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저금리 효과가 부동산 시장과 건설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부동산에서 살아난 투자가 기업의 기계설비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의 투자 욕구를 진작할 수 있는 종합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10년 넘게 2,000 선을 맴돌고 있는 종합주가지수가 적어도 2,500 선을 넘길 수 있게 하는 유인책도 제시되어야 한다. 따라서 가계부채 대책으로 설익은 부동산 억제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는 건전한 투자처와 경로를 혁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가계부채#초저금리#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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