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이 417년 만에 환생해 광화문거리를 본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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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이순신, 다시 쓰는 징비록/김동철 지음/342쪽 25000원 한국학술정보(주)

이 책은 우리 역사에서 다시 만나기 힘든 ‘진정한 사람’ 이순신의 환생을 통해 한국의 오늘을 되짚어 보는 역사적 다큐멘터리다.

징비록은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 때 좌의정, 영의정 등의 중책을 맡았던 서애 유성룡이 은퇴 후 7년간의 국란을 기록한 전쟁 회고록. 서애는 “지나간 일을 징계(懲)하고, 뒷근심이 있을까 삼가(毖)하기 위해” 책이름을 징비록이라 정했다.

‘다시 쓰는 징비록’은 이순신 장군이 417년 만에 되살아나 광화문 거리에서 우리 사회를 보았을 때, 그가 임진왜란 당시의 혼란을 그대로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가정(假定)에서 시작한다. 저자 김동철은 이순신 전문 연구 포럼 대표로서 7년 동안의 집필 계획과 3년간의 사적답사와 문헌탐색을 통해 이순신 리더십을 연구했고, 그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은 단순한 위인전이 아니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이순신 장군의 답이며 400여 년 전에 국난을 겪고도 크게 반성하지 않는 우리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16세기 후반 임진왜란 때 명나라와 왜국은 조선땅에서 전쟁을 치렀다. 구한말에도 청나라, 일본, 러시아, 미국, 유럽 국가들까지 다 쓰러져가는 조선땅을 집어삼키기 위해 갖가지 분쟁을 일으켰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국제정세는 과거에 겪었던 어려움의 재판은 아닌지.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양극화와 빈부격차, 정치권과 재벌을 포함한 기득권층의 갑질,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사이에서 살얼음판을 걷듯 불안정한 동북아 정세까지, 어디하나 마음 편한 곳이 없다.

이런 상황은 역사적으로 낯설지 않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물질은 풍요로워졌다지만 이 땅에서 일어나는 작금의 현상은 언젠가 어디에서 본 듯한 느낌, 기시감(旣視感)을 준다.

다시쓰는 징비록 저자 김동철 씨
다시쓰는 징비록 저자 김동철 씨
내부의 혼란과 외부의 압력 앞에서 우리는 또다시 굴복하고 고통 받을 것인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과거를 먼저 살피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반성하고 자강(自强)하려는 의지를 확고히 하지 않는 이상, 슬픈 역사는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이순신 장군과 서애 유성룡이 징비록에서 유비무환 정신을 강조한 연유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이순신과 류성룡의 재조산하(再造山河)의 뜻이 이뤄졌다면, 최소한 그들의 뜻에 귀라도 기울였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순신은 단순히 뛰어난 무인이 아니다. 용의주도한 전략전술, 공정하고 확고한 인간관계, 둔전경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애민(愛民)정신과 ‘난중일기’와 시조가락에서 살필 수 있는 문무겸전(文武兼全)의 섬세한 감수성까지…. 이순신의 업적을 가능케 한 인성(人性)의 핵심 DNA는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찾아보라고 조용히 외치고 있다.

박경모전문기자 mo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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