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을 벗삼아 당당하게”… 우병우에 힘 실어준 朴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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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의혹’ 파문]‘우병우 수석 논란’ 사흘만에 첫 공개행보

NSC 주재뒤 판교 창조경제밸리로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경기 성남시 판교창조경제밸리를 방문해 스마트폰
 스탬프를 활용한 모바일 쿠폰 결제 서비스 시연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사드 배치를 정쟁화하고 재검토까지 몰고 가서는 안 된다”며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NSC 주재뒤 판교 창조경제밸리로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경기 성남시 판교창조경제밸리를 방문해 스마트폰 스탬프를 활용한 모바일 쿠폰 결제 서비스 시연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사드 배치를 정쟁화하고 재검토까지 몰고 가서는 안 된다”며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나가라”고 강조한 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란은 물론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관련 의혹까지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몽골에서 귀국한 박 대통령은 사흘 만에 NSC를 통해 공식 일정을 재개했다. 이날 발언은 대부분 ‘사드 배치 논란’에 초점이 맞춰졌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19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 것을 두고 “우리가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하면서 예측한 대로 부산 울산 등을 목표로 미사일 타격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드 배치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조국을 지키겠다는 투철한 정신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무기와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해도 전쟁에서 패망한다”는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말을 인용해 남남(南南)갈등을 경계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말라”고 강조했다.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NSC 참석자들에게 안보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설명했지만 한 여권 관계자는 “중의적 표현으로 들린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우 수석에게 힘을 실어준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우 수석 관련 의혹들 중에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우 수석의 거취가 왜 정쟁의 대상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청와대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경기 성남시 판교창조경제밸리를 방문해 스타트업 및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지난달 23일 초등 돌봄교실 방문으로 시작된 박 대통령의 5번째 정책현장 점검 행보다. 박 대통령은 창업가들과의 대화에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서 뛰고 있는 여러분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더욱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규제 등을 풀어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다음 주에 예정대로 휴가를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갈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당정청 ‘복합 위기’ 앞에서 정면 돌파를 선언했지만 우군(友軍)은 점점 줄고 있다. 여당에서마저 ‘우병우 자진 사퇴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 수석 사퇴론은 비박(비박근혜)계가 주도하고 있다. 당권 주자인 정병국 의원은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 구설에 오른 것 자체가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이라며 “본인이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중진 정우택 의원도 “본인의 결백을 밝히려면 스스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수석 거취 논란을 박근혜 정부 레임덕(권력 누수)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역대 정부에서 여당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문제 삼을 때 레임덕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우 수석을 향한 전방위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여론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로 볼 때 우 수석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면 개각과 함께 민정수석 인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름휴가와 새누리당 전당대회(8월 9일), 광복절 기념식 등을 거치며 여론 추이를 본 뒤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택동 will71@donga.com·이재명 기자
#우병우#박근혜#대통령#판교창조경제밸리#n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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