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 임대주택-보육시설에 투자’ 놓고 더민주-정부 ‘野政협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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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젊은층 출산 지원해야 연금 지속성”
정부측 “공공투자 수익률 예측 너무 낙관적”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와 유일호 경제부총리(왼쪽 앞)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양극화와 저출산 해소를 위한
 정책협의에 앞서 서로 상석을 권하고 있다. 유 부총리 뒤쪽은 더민주당 소속 조정식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가운데는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와 유일호 경제부총리(왼쪽 앞)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양극화와 저출산 해소를 위한 정책협의에 앞서 서로 상석을 권하고 있다. 유 부총리 뒤쪽은 더민주당 소속 조정식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가운데는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고갈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국민연금을 확보한다는 차원이다.”(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정부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회에서 첫 ‘야정(野政) 협의’가 열렸다. 더민주당은 13일 국민연금기금의 공공투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관련 부처를 국회로 불러 정책협의에 나섰다. 여당과 정부의 ‘당정 협의’가 아닌 ‘야정 협의’가 공식적으로 열린 것은 20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 국민연금 공공투자 필요성 논란

이날 협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국민연금기금으로 매년 10조 원씩 10년간 가칭 ‘국민안심 채권’을 매입하고 이를 통해 공공임대주택, 국공립어린이집 등 공공인프라에 투자한다는 더민주당의 안이다. 그 논리의 근거는 ‘저출산’으로 인해 국민연금 납입자보다 수급자가 많아지는 역전 현상에 있다. 김종인 대표는 “기금을 임대주택, 보육시설 건설에 투자해 주택난·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면 미래의 연금 납부금 확보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투자는 연금 투자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높이고 유동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협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더민주당이 낙관적으로 예측한 공공투자 수익률(4∼5%)에 대한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자칫 국민의 노후자금에 구멍이 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 측에선 유 부총리와 이동욱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이원희 국민연금공단 기획이사가 참석했다.

더민주당은 국민연금기금 공공투자에 관한 야정 협의를 정례화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해야 할 공공사업에 대한 범위와 목표를 명확히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최근 발의했다.
○ 저출산 극복에 필요 vs 위험한 포퓰리즘

국민연금기금의 공공투자는 정권마다 논의가 이뤄졌지만 기금의 안정성, 수익률 저하 우려로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국면이라 상황이 다르다. 국민의당도 국민연금기금으로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국민연금기금 공공투자는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인 만큼 논의가 진행될수록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새누리당은 기금 안정성을 훼손하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1998년 연금의 약 7%(약 10조 엔)를 복지시설 등 공공 분야에 투자했다가 수익 악화로 사업을 접은 사례를 거울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찬성 측은 저출산, 청년 문제가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만큼 국가재정부담이 적은 국민연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간 50조 원의 기금이 증가하고 있고 10년 후면 1000조 원으로 늘어난다”며 “결혼 문제, 저출산이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계속 인구가 줄면 국민연금제도 자체의 존속이 위태롭다. 공공투자로 출산율이 늘면 그만큼 국민연금을 낼 사람이 많아져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밝혔다.

반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명목상 연기금을 활용하자는 것이지만 결국은 빚이라는 게 핵심”이라며 “공공투자 수익률을 보장해준다고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는 결국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빚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조건부 찬성 의견을 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연기금을 쓸 수도 있다”며 “다만 공적투자로 수익률이 보장되는지, 투자한 금액을 환급할 수 있는지 등이 담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 2060년 기금 고갈 예측 바뀌나

공공투자 논의와 함께 내년부터 준비되는 제4차 국민연금 장기재정 추계(2018년 발표) 작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013년 발표된 3차 추계에서 기금이 2043년 2561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60년 완전히 고갈되는 것으로 예측된 탓이다.

최근 발표된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금수급률 해석’ 보고서를 봐도 2060년 65세 이상 인구(1762만2000명) 중 1608만7000명(91.3%)이 국민연금 수급자가 될 것으로 진단됐다. 그만큼 미래세대의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이에 4차 추계에 앞서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28년까지 13%로 올리는 방안 △연금 소득대체율(현 40%)을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윤종 zozo@donga.com·김호경 기자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대중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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