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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세계 정상 자리에 선 한국인 발레리노

입력 2016-05-19 03:00업데이트 2016-05-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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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강국 코리아]
김기민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상… 김기민 “후배들 길 안내자 되고 싶어”
김기민
“나 상 탔음.”

발레리노 김기민(24)이 18일 새벽 아버지 김선호 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그가 탄 상은 ‘2016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의 최고 남성 무용수상.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이 상을 한국 남자 무용수가 수상한 건 처음이다.

이 상의 조직위원회는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김기민의 수상 사실을 밝혔다. 1992년 시작된 이 상은 세계 무용단에서 활동하는 무용수와 안무가가 심사 대상이다. 실비 기옘, 줄리 켄트 등 세계적인 발레 스타들이 수상했다.

한국인 무용수로는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1999년)과 김주원 성신여대 교수(2006년)가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받은 바 있다. 김기민은 2011년 동양인 발레리노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정상급인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해 3년여 만에 수석 무용수로 승급했다. 중학교 졸업 뒤 영재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입학한 그는 각종 국제 대회를 석권했다. 세 살 위의 형인 김기완도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공연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면 이 상을 받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부담감이나 두려움보다 자신감이 넘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한국 발레의 우수성을 알렸다는 자부심을 슬쩍 내비쳤다. “저는 마린스키발레단 소속이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염두에 두고 춤을 춰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 때도 항상 한국 사람이라고 일부러 말해요.”

러시아 언론들은 그의 수상에 대해 “이미 마린스키발레단의 스타다. 열정과 서정적 표현, 기교, 강력한 무대장악력, 연기력 등 모든 것을 갖췄다. 새로운 세대의 가장 위대한 무용수 중 하나다”라고 평가했다.

그의 수상은 국내 무용수들에게 많은 용기와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안내자 없이 길을 가면 힘들잖아요. 세계 발레계에서 뒤에 따라올 후배들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는 해외 발레단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저에게 ‘넌 어떻게, 그렇게 모든 일이 잘되냐’고 말해요. 하지만 저는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을 더 많이 겪었어요. 주위에서 나중에 성공한 것만 보기 때문이죠. 시작도 하기 전에 두려워하면 안 돼요. 많이 실패해보고, 경험해봐야 그 다음이 있을 수 있어요.”

그는 시상식이 열린 모스크바에서 새벽에 5시간 걸려 집이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돌아갔다. 기자가 “힘들 테니 쉬세요”라고 하자 그는 무심히 대답했다. “연습하러 가야죠.”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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