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汎친박 새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쇄신할 수 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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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로 4선의 정진석 당선자(충남 공주-부여-청양)가 119표 중 69표를 얻어 43표의 나경원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계파색이 짙지는 않지만 범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고 부친이 박정희 대통령 때 내무부 차관을 지낸 이력이 있다. 70명 안팎인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계와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였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협치와 혁신을 통해 우리에게 등 돌린 민심, 회초리 든 민심을 되찾아오겠다”고 했으나 새누리당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히는 ‘계파 청산’이 과연 가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출은 제1당의 지위를 잃어버린 여당이 어떤 변화의 길을 택할지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혁신적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총선 패배의 진단을 확실히 하고 쇄신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나 의원 대신 “소속 의원들의 의견 수렴을 먼저 하겠다”는 정 당선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뼈를 깎는 쇄신을 원치 않는다는 내심을 드러냈다. 정 원내대표가 “박근혜 정부를 잘 마무리하고 정권 재창출의 선발이 되겠다”고 했지만 새누리당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는 뚜렷한 비전 없이 친박 의원들의 의견 수렴만 강조해서야 무슨 수로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새 여당 원내대표에게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수직적 당청 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의 쇄신은 청와대와 대통령의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자신은 당청 간 소통의 마중물이 되겠다며 당정청 고위회동 정례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당정청 정책조정협의는 2015년 2월 박 대통령도 강조한 사안이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당시 ‘수평적 당청 관계’를 들고나와 원내대표에 당선된 유승민 의원은 ‘배신의 정치인’으로 찍혀 물러나야 했다.

정 원내대표가 ‘소통의 정치인’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그가 청와대를 리드하는 당청 관계로 바꿀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앞으로 1년 9개월이나 남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목표를 실현하고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5년’ 이상을 내다봐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내년 12월의 대통령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20대 국회 첫 1년간의 실적에 박근혜 정부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소야대의 달라진 현실에서 정 원내대표는 당장 민생경제의 어려움부터 해결하는 데 야권의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 두 야당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당정청 조율사 역할을 해야 할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책무가 무겁다.
#새누리당#정진석#원내대표#여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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