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때 막힌 대북방송… 이명박 정부가 재개하려 하자
방송통신위 일부가 막았다… 방송법은 ‘국민의 알 권리 보호’
방통위는 北주민 아는 게 싫은가

대북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이고, 궁극적 목표는 통일이다. 비핵화 없이는 통일도 어렵다. 그런데 비핵화든 통일이든 북한의 긍정적 변화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경제 제재가 북한 지도부의 인식과 전략적 손익구조를 바꾸어 비핵화 결단을 내리게 만들 압박 수단이라면, 북한 주민의 의식을 바꿔낼 핵심 수단은 보다 많은 외부 정보에 접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 외부 정보를 전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 바로 대북 방송이다.
값싼 중국산 라디오를 장마당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TV 수신기가 널리 보급된 오늘날, 방송만큼 파급력이 큰 정보 유입 수단은 없다. 전단 살포와 전방 확성기 방송 같은 원시적 수단과는 차원이 다르다. 문제는 대북 방송을 가로막는 국내법과 제도, 정치세력에 있다. 지상파 방송의 인허가, 주파수 할당부터 출력 향상까지 모든 단계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들이 들을 수 없던 시절에도 꾸준히 해오던 대북 방송은 공교롭게도 가청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남북 화해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대북 방송의 위력에 공포를 느낀 북한 당국의 끈질긴 요구를 못 이겨 2004년 6월 4일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상호 비방 중단을 규정한 ‘6·4합의’(‘서해 해상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가 타결되면서 대북 방송은 사실상 중단됐다. 정보기관이나 군에서 운영하는 심리전 방송도 북한을 자극할 내용의 편성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의 대북 방송 송출이 불가능해지자 탈북자와 북한 민주화 운동가가 중심이 된 민간단체가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단파 전파를 임차해 하루 한두 시간씩 대북 방송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6·4합의’가 폐기됨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대북 방송을 재개하려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방통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심지어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이 극동방송 주파수를 빌려 송출하는 대북 방송을 북한 주민에게 더 잘 들리도록 송신탑을 옮기고 출력을 높이는 것조차 방통위 반대로 좌절된 적도 있다.
북한 사회 아래로부터의 변화 압력을 키우고 통일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선 대북 방송과 심리전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북한 주민이 마음만 먹으면 취향에 따라 다양한 대북 방송을 들을 수 있고 TV 지상파 채널에서 남한의 인기 프로를 골라 볼 수 있도록 정보 접근권을 보장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KBS 한민족방송을 대북 방송으로 전환하고, 사용하지 않는 AM 주파수를 활용하는 것부터 시작해 방해 전파를 제압할 다양한 고출력 주파수를 대북 방송에 할당해야 한다. 민간 대북 방송 단체에 대한 재정 지원에도 인색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방통위가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신장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관련 법을 개정해서라도 가능한 방도를 찾아야 한다.
군과 정보기관에서 운영하는 대북 심리전도 조직과 예산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 대북 심리전 부서가 엘리트들이 기피하는 조직이 되는 현실을 방치해선 안 된다. 공무원과 군인의 제한된 지적 자원과 공급자 중심의 사고로는 최고의 콘텐츠 제작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민간 전문가에게 위탁하거나 활용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북한 지도부의 전략적 계산 공식을 바꿀 빈틈없는 제재와 병행해 ‘북한 주민의 의식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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