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대 최고 청년실업이 공무원시험 탓이라는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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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29세 청년실업률이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인 12.5%를 기록했다고 통계청이 어제 발표했다. 해마다 졸업시즌인 2월의 청년실업률이 높긴 했지만 전달보다 3%포인트 치솟은 실업률은 예사롭지 않다. 전체 실업률은 4.9%로 2010년 2월 이후 6년 만의 최고치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는 올해 고용률 66.3%, 신규 일자리 35만 개 창출 목표치를 일찌감치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

고용노동부는 청년실업률 증가가 1월 말 공무원 9급 공채 원서를 낸 인원이 예년보다 3만 명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험 준비만 하면 사실상 백수라도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원서를 내면 구직활동으로 간주되는 바람에 실업자 수가 늘었다는 수박 겉핥기 식 진단이다. ‘공시’에 청년이 몰리는 것은 괜찮은 일자리가 민간 부문에 없다는 구조적 문제인데도 일시적 현상으로 우기는 정부의 시각이 걱정스럽다.

한국의 고용시장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대졸자 가운데 일을 하지 않고 교육도 받지 않는 니트(NEET)족 비율이 2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아르바이트생, 취업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를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공식 실업률(4.9%)의 2배를 웃도는 12.3%다. 20년 전 일본처럼 청년실업률이 10년 이상 상승하는 장기침체기에 우리도 빠져 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정부는 21일로 예정했던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 발표를 4월 말로 연기했다. 총선을 앞두고 준비해온 청년 구직수당제도가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을 것을 우려한 일보 후퇴다. 남은 기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신산업의 세상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대책을 만들기를 바란다. 어제 국무조정실이 내놓은 규제 정비 계획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산업 투자위원회’ ‘규제 최소성의 원칙’ 같은 용어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화려한 명칭의 기구와 현학적인 구호의 이면에서 관료들은 집요하게 새 규제를 만들어낸다. 장고에 들어간 고용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규제의 판을 갈아엎는 혁신적 구상이 나와야 한다.
#청년실업률#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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