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는 30대 남성 김평균 씨. 그의 키는 173.7cm, 몸무게는 76.5kg이다. 술자리 횟수가 잦은 만큼 허리둘레(85.6cm)도 갈수록 늘어나 고민이다. 비만도를 측정하는 체질량지수(BMI·25 이상이면 비만)는 25.3으로 이미 경고수위를 넘어섰다.
30대 여성 이가상 씨의 키는 160.2cm, 몸무게는 56.8kg이다. 아직은 BMI가 22.1로 정상 체중이지만 20대 때보다는 하루가 다르게 체중이 불어나고 있어 365일 다이어트 중이다. 그녀의 유일한 위안은 다리 길이(72.8cm)로 하이힐 없이도 늘씬한 모습을 자랑한다. 이 둘은 지난해 한국 30∼34세 남녀의 평균 신체지수를 토대로 만든 가상 인물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지난해 실시한 ‘제7차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체치수 조사는 1979년부터 비정기적으로 진행됐으며, 최근 조사는 2010년에 이뤄졌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약 6개월간 서울대와 동서울대가 전국 16∼69세 한국인 남녀 6413명을 대상으로 키 몸무게 허리둘레 등 133개 항목을 측정해 산출됐다.
국표원에 따르면 처음 조사한 1979년에 비해 전 연령대에서 남자는 5.0∼7.6cm, 여자는 3.7∼6.5cm 평균 키가 커졌다. 특히 30대에서 남녀 모두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30∼34세 남성은 7.6cm 커진 173.7cm, 여자는 6.5cm 커진 160.2cm로 조사됐다.
키만큼이나 체중도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30∼34세 남성의 몸무게는 60.8kg에서 76.5kg으로 무려 16kg 정도 더 나갔다. 여성의 몸무게도 51.9kg에서 56.8kg으로 증가했다. 비만 정도를 알려주는 BMI 평균은 전 연령대에 걸쳐 꾸준히 증가했다.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18.5∼22.9는 정상, 23∼24.9는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평가된다. 남성의 경우 평균적으로 10대 때를 제외하고 20대 이후로는 줄곧 과체중 또는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이후로는 50대(24.9)를 제외하고는 모두 2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잦은 회식과 야식문화로 체중이 늘어나지만 운동량은 줄어드는 게 직격탄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은 16세 때 평균 21.1에서 19세 때 22.1로 높아지는 등 10대 때에 BMI가 급격히 늘어났다가 20대에 21.3으로 주춤한 뒤 30대부터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성들의 신체 변화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에 하나는 다리 길이다. 2004년 이후 남자들의 키에서 다리 길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20∼24세의 경우 2004년 0.452에서 지난해 0.460으로 늘어나는 등 20대 이상 전 연령대에서 다리 길이가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0.460은 키가 100이라면 다리가 그중 46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탄수화물 섭취는 줄고, 단백질 섭취는 늘어나는 등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한국인의 체형도 서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또 “여성의 경우 과거보다 사회활동이 늘어난 데다 가사노동도 쪼그려 앉아서 하기보다는 서서 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등 생활상이 변화한 것이 다리 길이 비율 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표원은 한국인의 평균 인체치수 변화에 맞춰 학생들의 교실 책걸상 제작을 위한 표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범죄 수사에 걸음걸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보폭 길이, 발의 압력 등을 입체 형상으로 측정하는 사업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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