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소송 공정위 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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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 물린 과징금 347억 토해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소송에서 져 SK그룹에 물렸던 과징금 347억 원을 돌려주게 됐다. 지난해 말 라면값 담합 과징금 소송에 이어 대법원 판결에서 또 한 번 패소하면서 공정위의 혐의 입증 능력이 법원이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SK텔레콤 등 SK그룹 계열사 7곳(SK텔레콤·SK건설·SK증권·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네트웍스·SK플래닛)이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판결로 공정위는 SK그룹 7개사에 부과했던 과징금 347억3400만 원을 돌려줘야 한다.

○ 재판부 “부당 지원 아니다”

공정위는 2012년 7월 SK그룹 7개사가 정보기술(IT) 계열사인 SK C&C와 시스템 관리·유지 보수 계약을 체결하며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줬다고 판단했다. 7개사가 SK C&C와의 거래에서 인건비와 유지 보수비를 ‘정상 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지급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SK C&C가 7개사와 거래할 때 책정된 운영 인력의 인건비 단가는 비계열사와 거래할 때 적용된 단가보다 약 9∼72% 높았다. 또 SK텔레콤은 SK C&C와 거래 시 전산장비 유지 보수를 위한 유지보수 요율을 다른 계열사들보다 약 20% 높게 책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SK C&C가 계열사들보다 낮은 인건비 단가로 거래한 사례들이 있지만 계열사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제공한 서비스의 질이 달랐기 때문에 정상 가격을 기준으로 현저히 높은 인건비를 받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SK텔레콤의 경우도 다른 계열사보다 높은 수준의 유지 보수 서비스가 제공됐기 때문에 부당 지원행위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 걸림돌 될 듯

사익 편취 금지 규율을 도입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공정위로서는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부터 한진을 시작으로 한화, CJ, 현대, 하이트진로 등 5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했다. 공정위는 이달 내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첫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판결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가 심사 중인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 SK C&C의 부당 지원 행위와 유사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아들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시스템 통합 업체 한화 S&C도 비슷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가가 지분 72.72%를 소유한 비상장 IT업체 현대 U&I도 현대증권의 주전산기 교체 사업을 맡는 등 전산 용역을 도맡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병훈 공정위 송무담당관은 “이번 판결로 향후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가 확정되면 기업들의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상 가격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사건과 재판부에 따라 다르지만 엄격해진 법원의 기준에 맞출 수 있도록 심사 단계에서 혐의를 더욱 세밀하게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일감 몰아주기#공정거래위원회#sk#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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