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노숙인… 잠못이루는 시애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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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겨울-정책관대 ‘노숙天國’… 2015년 1만명 넘어 美 도시중 ‘톱3’
치안불안에 주민들 불만도 폭발

‘홈리스(homeless) 때문에 잠 못 이루는(sleepless) 시애틀.’

미국에서 네 번째 부자 도시인 시애틀이 노숙인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날씨가 따뜻하고 치안이 잘 돼 있는 시애틀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스타벅스 같은 굴지의 다국적 기업 본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겉으로는 화려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도시의 성장과 더불어 노숙인도 늘어나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4일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에 따르면 현재 시애틀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은 1만 명이 넘는다. 1999년 5900명 정도였으나 지난해 1만122명까지 늘었다. 뉴욕(7만5323명), 로스앤젤레스(4만1174명) 다음이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가 각각 인구 850만, 400만 명 대도시이고 시애틀은 68만 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시애틀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노숙인들이 시애틀에 몰리는 것은 다른 도시보다 살기 좋기 때문이다. 겨울에도 영상인 날이 많을 정도로 날씨가 포근하고 당국의 노숙인 정책도 관대한 편이다. 공원에 캠핑카 등 차를 세우고 합법적으로 72시간 동안 머물 수 있는 데다 노숙인 전용 캠프도 2곳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주택가나 길가에 아무렇게나 들어선 불법 노숙촌 때문에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쓰레기 무단 투기는 예삿일이 됐고 마약을 하는 노숙인 때문에 시애틀의 자랑거리였던 치안마저 불안해졌다. 일부 주민들은 돈을 모아 사설경비원을 고용하고 있다.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노숙촌은 2012년 80곳에서 지난해 530곳으로 급속히 늘었다.

지난달 26일에는 노숙인 간에 마약 관련 총기 범죄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지난해에만 시애틀 길거리에서 노숙인 47명이 사망했다. 노숙인 문제가 심각해지자 시 당국은 지난해 11월 ‘노숙인 위기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드 머리 시애틀 시장은 최근 라디오방송에서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올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시애틀#노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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