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게임의 진화, 인간의 마음까지 읽는다

신무경기자 입력 2016-01-02 03:00수정 2016-01-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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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게임’ 개발 현장
지난해 12월 2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NHN엔터테인먼트 뉴로사이언스랩을 방문한 본보 신무경 기자가 뇌파 및 생체신호 측정을 하는 장비를 착용하고있다. 이날 신 기자는 모바일게임 ‘프렌즈팝’을 하면서 각종 생체신호를 측정했다. NHN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12월 2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의 한 연구실. 기자는 소파에 앉아 편안한 자세로 모바일게임 ‘프렌즈팝’을 즐겼다. 쉬움, 중간, 어려움 등 세 가지 난이도로. 다만 머리에는 뇌파를 측정하는 두건, 가슴에는 심장박동측정기, 손가락에는 땀과 혈류량을 측정하는 기구를 각각 착용했다.

생체신호 결과 난도가 높을수록 피부전도도(땀의 양)가 상승하고, 체온은 저하되며 심박률(분당 박동수 84→87회)이 증가했다. 뇌파 결과 쉬운 단계에서는 두정엽의 활성화가 관찰됐다. 단계가 어려워질수록 전두엽의 활성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두피케어 회사도, 종합병원도 아니다. 게임회사 NHN엔터테인먼트의 뉴로사이언스랩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이 같은 생체정보 측정값을 수집해 궁극적으로 유저 맞춤형 게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게임이 똑똑해지고 있다. 인간의 신체(뇌파)를 탐구하기도 하고 인간의 발자취(게임 패턴)를 쫓기도 한다. 심지어는 인간의 제도(환율)까지 고안하고 있다. 게임이 인간을 학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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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프렌즈팝’을 쉬운 단계, 중간 단계, 어려운 단계로 나눠 플레이했을 때 나타난 신무경 기자의 뇌 활성화 모습. 게임이 쉬운 단계에서는 두정엽의 활성화가 관찰됐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전두엽의 활성화가 증가했다. NHN엔터테인먼트 제공
뇌파, 생체신호 측정해 ‘즐거움 느끼는 이벤트’ 타 게임에도 적용

일부 게임사는 유저마다 다른 게임 플레이 패턴을 수집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천성적으로 게임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난도와 보상을 높여 몰입도를 높인다. 게임을 못하는 플레이어에게는 난도를 낮추고 상세한 가이드를 제공해 게임 이탈을 막는다.

나아가 인간의 사회제도까지 학습하고 있다. 게임마다 달리 사용되는 사이버머니를 맞바꿀 수 있도록 환율제도를 만들고 있다. 한 게임회사가 보유한 40종의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사이버머니를 옮겨가며 플레이를 하게 된다. 유저의 충성심은 깊어진다.

게임이 인간을 학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 몰입도가 높고 충성심이 깊어질수록 유저의 게임 잔존율은 상승한다. 잔존율 상승은 궁극적으로 매출 극대화로 이어진다. 게임의 인간 학습 목적은 여기에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11월 뉴로사이언스랩을 설립했다. 뉴로사이언스랩은 뇌파측정기 1대, 생체신호측정기 4대, 외부 전자파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실험실 등 5억 원 상당의 장비가 놓인 작업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뇌파, 생체신호를 활용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추출한다. 처음에는 게임 관련 데이터를 뽑아내는 데 주력했지만 현재는 광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분석 대상을 늘리고 있다. 뉴로사이언스랩은 지난해 말까지 총 14차례 623명을 대상으로 뇌파,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해왔다.

기자는 여섯 가지 광고를 시청하는 실험도 했다. 광고 시청 직후 기자가 선호하는 광고를 선택했다. 기자의 뇌파, 생체정보가 선호하는 분석값은 하루 동안 빅데이터 분석이 필요했다. 다음 날 기자가 선택한 광고와 뇌파, 생체정보가 일러준 광고는 정확히 일치했다.

수집된 뇌파와 생체정보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한 실험자가 게임 내 A라는 이벤트를 플레이한다고 치자. 즐거움을 느끼는 지수(마이크로볼트)가 급격히 상승한다. 큰 광대 근육이 흔들리고, 안면근전도가 상승하며 심장박동수가 늘어나고, 손가락 끝 혈류랑이 증가한다. 다른 유저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지 빅데이터를 검증해 신뢰성을 확보한다.

이 같은 실험 결과치를 기반으로 향후 다른 게임에서 A라는 이벤트를 적용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 이용자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뇌파, 생체정보를 보내는 이벤트는 다른 게임에서 삭제해 유저가 지루하게 느끼는 것을 막을 수 있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뇌파, 생체정보 등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라며 “올해 안에 수집된 데이터를 유의미한 정보로 탈바꿈시켜 게임, 광고 분야에서 고객 마케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게임 ‘아이온’. 엔씨소프트는 경기 결과와 승패, 데이터 등을 AI 기술로 분석해 가장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상대를 자동으로 연결해준다. 엔씨소프트 제공
AI 통해 개인 맞춤형 임무, 가이드라인 제공

넷마블은 2015년 12월 9∼18일 지하철 전동차에 구인광고를 냈다. 인공지능(AI) 분야의 전문가 공개 채용이었다. AI 전문가들과 게임 유저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넷마블은 이를 ‘콜럼버스 프로젝트’라 부르기로 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해 세계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듯이 프로젝트명은 콜럼버스라는 개인맞춤형 게임서비스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 게임서비스에 혁신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게임 운영 방식은 모든 유저에게 동일하다. 하지만 유저의 성향, 실력은 제각각이다. 게임에 쉽게 적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일부는 특정 단계를 해결하지 못하고 이탈하게 된다.

넷마블은 유저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콜럼버스를 고안했다. 콜럼버스의 개념은 유저가 특정 단계를 반복해서 실패하면 이를 감지하는 것이다. 예컨대 게임 캐릭터의 능력치가 충분한데 주어진 임무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라는 가이드를 제공한다. 능력치가 부족하면 몬스터를 더 물리쳐 성장한 후에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넷마블은 2013년부터 100개 이상의 모바일게임 서비스를 하면서 수집해온 게임 내 유저의 접속 이탈 구간, 반복 플레이 구간 등 빅데이터를 통해 빠르게 서비스 구현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넷마블은 AI 연구를 통해 유저의 게임 잔존율을 높여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넷마블 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 유저들의 성향, 실력은 더욱 세분화되기 시작했다”며 “다양한 유저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오랜 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AI 연구에 실험적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사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개발된 콜럼버스를 다른 게임회사에 판매해 수익을 얻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엔씨소프트도 2012년 12월에 AI 연구실을 만들었다. AI로 게임 이용자의 실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넷마블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은 실력이 엇비슷한 게임 파트너를 찾아 서로를 연결해주는 ‘게임 AI 매칭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실력 측정은 이용자들의 PVP(개인 간 대전) 경기 결과와 승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얼마나 강한 유저에게 승리했는지 등 세부적인 정보도 포함된다.

엔씨소프트는 이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승률이 50% 정도로 예상되는 이용자들을 연결해준다. 플레이어는 직접적으로 인지하지 못하지만 수많은 이용자 가운데 가장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상대가 자동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현재 블레이드&소울, 아이온 등 두 개의 게임에서 게임 AI 매칭 기술이 적용돼 있다.

아울러 상반기(1∼6월) 테스트를 거쳐 출시될 예정인 ‘리니지 이터널’에는 ‘절차적 콘텐츠 생성기술(PCG)’이 도입될 예정이다. 게임 이용자의 레벨, 숙련도 등 개인 환경을 고려해 각자에게 다른 상황을 제공하는 AI 기술이다. 두 플레이어가 동일한 레벨이라도 숙련도가 다르다면 던전에 들어갔을 때 부여되는 지도, 임무가 달라진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AI가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몰입감을 높이고 만족감,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제도 도입으로 유저 이탈 최소화

넥슨은 게임회사로는 최초로 자사(自社)가 보유한 다양한 게임의 각기 다른 사이버머니를 서로 자유롭게 교환해 쓸 수 있는 ‘환율제도’를 도입한다.

예컨대 넥슨의 간판 게임 메이플스토리2에서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메소’를 던전앤파이터의 사이버머니 ‘골드’로 바꿨다가 다시 바람의나라 사이버머니 ‘전’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게임업계에서 환율제도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입에 오르내렸다. 게임회사 입장에서는 유저 이탈을 막으면서 고객을 쉽게 유치할 수 있어 이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회사가 가진 다양한 게임의 각기 다른 사이버머니의 환율 차이를 계산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실제 실행에 옮겨진 적은 없었다.

넥슨은 환율제도를 도입해 궁극적으로 PC 전용 게임 40종의 게임머니를 서로 맞바꿀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모바일 전용 게임에서는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 등 각사 운영체제(OS)에 맞는 결제 방식을 따라야 하므로 환율제도 도입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넥슨 관계자는 “한 명의 유저가 넥슨 인기 게임 피파온라인3,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을 동시에 즐기는 경우가 많다”며 “환율제도를 도입하면 4400만 넥슨 계정 보유자들이 게임머니를 번갈아가며 이용할 수 있어 게임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 간 환전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려면 각기 다른 화폐가치를 조율해줄 현실의 ‘금’과 같은 ‘기축통화’가 필요하다. 넥슨은 기축통화로 ‘넥슨별’을 이용할 생각이다. 넥슨은 지난해 12월 1일 라이브개발본부 주도하에 넥슨별을 만들어냈다.

현재까지는 기축통화 도입 단계로 현금으로 ‘넥슨캐시’를 충전하면 100원당 넥슨별 1개를 적립받을 수 있는 일종의 마일리지 시스템만 갖춰 놓은 상태다. 넥슨별로는 넥슨 12개 게임의 일부 아이템만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넥슨은 기축통화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 뒤 환율제도 여부를 최종 검토할 예정이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넥슨#아이온#넷마블#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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