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시 ‘뜨는 동네, 뛰는 임대료’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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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합정-해방촌 등 9개지역… 市가 건물 매입해 싸게 빌려주고
임대료 동결 ‘안심상가’도 추진… 기존 상인-원주민 쫓겨나는것 방지

동네는 다시 살아나지만 원주민은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서울시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마련해 23일 발표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분석된 곳은 대학로와 인사동, 신촌·홍대·합정, 북촌, 서촌, 성미산마을, 해방촌, 세운상가, 성수동 등 총 9개다. 모두 구(舊) 도심인 강북에 위치해 있다. 또 최근 재개발이나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장혁재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이 지역들은 개발로 인해 다시 활기를 찾았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지나친 상업화 탓에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대책 수립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 중 눈에 띄는 건 실질적인 공간 및 금전적 지원책이다. 우선 서울시는 이 지역 토지나 건물을 매입하거나 임차한 뒤 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앵커(핵심) 시설’을 짓기로 했다. 확보한 부동산을 영세 상공인이나 문화·예술인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줘 활용토록 하는 것이다. ‘대학로 연극종합시설’이 대표적이다. 지상 3층, 지하 2층, 총면적 5521m²의 건물을 지어 100석 규모의 소극장 20개를 마련해 극단에 임대하게 된다. 대학로를 비롯해 성수동 해방촌 등지에 이런 앵커시설을 짓는데, 내년에만 199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내년 초부터 노후 건물주에게 서울시가 리모델링비를 지원하는 대신 건물주가 일정 기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고 임대기간을 보장하는 ‘장기안심상가’도 추진된다. 이 사업에 참가하는 건물주는 최대 3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내년 시범사업을 거쳐 지원 규모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임차인이 아예 상가를 매입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8억 원 한도로 매입비의 최대 75%까지 장기(최대 15년)로 융자해주는 ‘자산화 전략’도 함께 추진된다. 임차인은 시중금리보다 1%포인트 저렴하게 대출받을 수 있다.

법률 지원도 강화된다. 이르면 내년 1월 임차인 보호를 위한 서울시 조례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5년의 임대기간을 보장하고 최장 10년까지 장기로 계약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지역별 전담 변호사(33명)와 세무사(27명)로 구성된 법률지원단도 조직됐다.

지역 특색에 맞춤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전략도 마련했다. 전통 보존을 위해 북촌, 서촌 지역에서는 프랜차이즈 업종 입점을 규제하기로 했다. 장 실장은 “지역 개발의 혜택이 건물주, 프랜차이즈 등 상업자본에만 돌아가는 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된 주거, 상업 환경이 개선되면서 집값이나 임차료가 상승하고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원주민들이 동네를 떠나는 현상.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젠트리피케이션#안심상가#임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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